우리나라 가계 빚 증가율이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둔화세도 11분기 연속 이어졌다. 비은행 및 기타 금융기관의 대출 감소가 증가폭을 끌어내렸다.
그러나 가계 빚이 여전히 소득보다 빠르게 불어나고 있어 가계의 빚 부담은 가중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19년 3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57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부채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금융회사에서 빌린 대출(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을 합친 금액이다.
가계신용은 2016년 4분기(11.6%) 이후 11분기 연속 둔화되는 모습이다. 증가율은 2004년 2분기(2.7%) 이후 15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2~3년 전만 해도 두 자릿수였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포함한 정부의 대출규제에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소득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여전히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2분기 2.7%에서 3분기 1.5%로 줄어들었다.
서유정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2012년 이후 늘어난 가계부채 영향으로 레벨 자체가 높은 상황"이라며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1481조6000억원으로 저금리 상황과 맞물려 빠르면 올 연말 1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의 증가 규모는 13조5000억원으로 전분기(+16조3000억원), 전년 동기(+18조원)에 비해 모두 축소됐다.
예금은행은 아파트 매매거래 증가 및 전세자금대출 수요 증가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전분기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됐다.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올 1분기 9만1000호에서 2분기 10만7000호, 3분기 13만4000호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입주물량은 각각 13만호, 9만2000호, 10만호를 기록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과 기타금융기관은 리스크 관리 강화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감소세가 소폭 확대되고 기타대출 증가폭이 축소되면서 감소로 전환했다.
서 팀장은 "예금은행의 DSR 규제가 지난해부터 시행된 반면, 비은행권은 올 6월부터 시작하면서 3분기 들어 가계부채 증가폭이 본격적으로 감소했다"며 "이 외에도 집단대출 신규취급 금지와 같은 규제들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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