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 경영 리스크 여전... 생존 위한 기업의 '선택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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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9-11-2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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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외 경영 리스크 여전... 생존 위한 기업의 '선택과 집중'

  • 무역갈등 장기화ㆍ경제법안 처리 지지부진

  • 비수익 사업 정리ㆍ적극적 구조조정 잇따라

"대기업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렇다 할 해법도 안 보이니 막막할 따름입니다."

대외 불확실성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경제 관련 법안은 몇 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자리다. 국내 주요 그룹들이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을 통해 생존 전략 짜기에 한창인 배경이다. 

◆국내도 해외도 쉽지 않다··· 경영 악재 수두룩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외 리스크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을 비롯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한·미 기준금리 차이 및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저하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양상이다.

이 같은 대외 리스크는 기업 입장에서 제어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그 어떤 요인보다 큰 위협으로 여겨진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정치적·외교적 사안과 더불어 우리나라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 간의 분쟁은 기업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모니터링을 하며 그때그때 대안을 마련하는 게 최선"이라고 전했다.
 

[그래픽=아주경제 DB]

국내 경영 환경도 여의치 않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을 겨우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선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재 데이터 규제 완화(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화학물질 관련 규제 완화(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학물질관리법) 등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는 말로만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다"면서 "기업이 요구하는 규제 완화는 산업 부흥과 경제 진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인데 기업 개개인의 이익 편취를 위한 것이라는 시각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대외 이슈에 대응하면서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있는 가운데 기업 경쟁력은 둔화되고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올해 1~3분기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272개 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은 1년 사이 반토막(50.5%) 났다. 반도체 시장 침체로 이익이 급감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해도 영업이익 감소율은 19.2%에 달했다.

수익성이 악화되자 기업들은 당장 투자를 줄이고 있다. 같은 기간 30대 그룹의 투자액은 16.6% 감소했다.

◆안 되는 것은 정리···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

기업들은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새판짜기에 나섰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와 두산은 면세점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데다 향후 전망이 어둡다고 결론 짓고 면세점 사업에서 발을 뺐다.

SK네트웍스 역시 주유소 사업에서 손을 뗐다. 수익성 저하와 전기차 등의 보급 확대 등으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 때문이다. 최근에는 지난 1월 인수한 AJ렌터카에 SK네트웍스의 렌터카 사업을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물리적·화학적 통합으로 외형 확대를 통한 시장 리더십 강화와 비용 효율화를 위해서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명동 SK네트웍스 본사에서 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이날 자사 렌터카 사업을 AJ렌터카로 현물 출자하는 '렌터카 사업 양도의 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연합뉴스]

한진그룹도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원태 한진 그룹 회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항공 운송과 관련된 사업 외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을 주축으로 항공 산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제외하고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점이 관건이다. 이번 연말 인사에 조 회장의 의중이 반영될지, 단계적으로 이뤄질지 미정이다.

업황이 악화된 디스플레이 업계는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떨어진 액정표시장치(LCD) 라인 일부를 폐쇄하고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LG디스플레이를 필두로 LG는 그룹 체질 개선을 위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는 LG화학의 LCD 소재사업과 LG전자의 연료전지 자회사(LG퓨얼셀시스템)를 매각했다. LG유플러스는 전자결제 사업을 정리했다. 최근에는 11년째 적자를 기록 중인 LG이노텍의 발광다이오드(LED) 사업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에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전통적인 사업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어 투자 확대를 통해 미래 기술을 선점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지만,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매년 악화되면서 당장 현재의 악재들을 해소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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