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홍콩컨벤션전시센터(HKCEC)에서 열린 크리스티 홍콩 경매의 20세기&동시대 미술 이브닝 경매에서 김환기의 '우주'는 약 131억8750만원(8800만 홍콩달러, 수수료 미포함)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깼다. 한국 미술품이 100억원 넘게 경매에서 팔린 것은 처음이다.
작품은 약 60억원(4000만 홍콩달러)으로 시작해 경합 끝에 크리스티 뉴욕을 통해 전화로 참여한 고객에 낙찰됐다. '우주'는 김환기 작품 중 가장 큰 추상화로 254×127㎝ 크기의 그림 두 점으로 이뤄져 있다. 작품은 후원자이자 주치의였던 의사 김마태씨 부부가 소장한 1971년 작업이다.
기존의 한국 미술 최고가 작품은 김환기의 1972년작 '3-II-72 #220'로 지난해 5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85억3000만원(62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됐었다.
홍콩 미술 경매 시장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주요 미술 시장으로 꼽히는 가운데 주로 아시아 작가를 발굴해 소개한다. 이번 경매 사례는 고가 작품들만 모아서 선보이는 이브닝세일 대상이 되면서 중국의 대표 작가들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미술시장 역사가 짧은 가운데 2006년과 2007년 국내 미술 시장 호황 당시 박수근의 빨래터가 45억원, 이중섭의 황소가 46억원을 기록하면서 성장해 왔다. 이번 경매는 국내 시장을 넘어서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게 된 사례라는 평가다.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국제시장에서 인정받는 작가가 등장하면서 국내외 수요가 합쳐지는 효과로 낙찰가가 높아지게 된다.
‘우주’는 김환기 작가가 구상 시대를 넘어 마지막 뉴욕에서 활동하면서 자신의 추상화에 정점을 찍는 점화 시리즈를 1969년부터 작고한 1974년까지 선보였던 가운데 필력의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걸작이면서 크기가 큰 미술관급 작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시위 사태로 홍콩 사회가 불안정해 불확실성이 커 우려 속에서도 작품이 고가에 낙찰되면서 한국미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가 됐다.
에블린 린 크리스티 부회장이 소더비 재직 시절부터 작품을 눈여겨봤고 이직 이후에도 소장자를 설득해 월척을 낚았다는 후문이다.
서진수 강남대 교수는 “크리스티 경매 결과는 전 세계인이 검색해 의미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며 “한국 작가의 작품이 높은 가격에 낙찰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받은 것으로 앞으로도 국제 시장에 선보이는 국내 작품들이 늘어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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