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짜 정보와 불혹(不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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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원 증권부 부장
입력 2019-11-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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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지인이 최근 겪었던 황당한 일을 들려줬다. 새 집을 알아보기 위해 빌라 매매 전문사이트를 둘러봤고, 마음에 드는 매물 몇 개를 '찜'해 뒀다고 한다. 그리자 해당 사이트의 담당 직원이 직접 만나 관심 있는 매물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정작 직원을 만났더니 '찜 매물'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른 빌라만 소개해주는 거였다. 결국 지인은 참다 못해 "찜 매물을 보여줄 거냐, 실제 있는 매물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그 직원은 그제야 솔직히 털어놨다.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은 모두 가짜 매물이란 얘기였다. 그럴싸한 주택 사진을 싼 가격에 올려놔야 고객 문의가 많이 오기 때문이란다. 그런 식으로 일단 관심을 끈 뒤 고객을 만나 본인들이 실제 관리하는 매물을 소개시켜 주는 것이었다.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서도 이런 일이 적지 않아 논란이 되곤 했다. 그리고 역시나 부동산 매매 사이트도 다를 바 없었다. '낚시 매물' '허위 매물'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가짜가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이다.

가짜 정보가 범람하는 곳은 여기뿐만이 아니다. 주식시장을 들여다보자.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온라인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달로 대중들은 쉽고 빠르게, 그리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주식시장에서 넘쳐나는 가짜 정보에 자칫 현혹된다면 큰돈을 잃을 수도 있다. 의도적으로 가짜 정보를 흘려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 남들이 특정 주식을 대량으로 사서 주가를 올리게 유도한 뒤 본인은 주식을 팔아치워 차익을 실현하는 식이다.

미리 주식을 사두고 가짜 정보를 흘린 사기꾼들은 큰 수익을 얻겠지만, 정보를 믿고 뒤늦게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어마어마한 손실을 보게 된다. 전형적인 주가조작 방식이다. 그리고 지금도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이런 '낚시 문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시도 때도 없이 전파되고 있다.

벌써 3~4년 전부터 이런 '낚시 문자'에 대한 심각성이 부각됐지만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 당국과 수사기관이 이런 세력들을 잡을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잡을 생각조차 없는 건지 궁금하다. 마냥 정부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투자자 스스로 가짜 정보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최우선이다. 별다른 근거 없이 자칭 전문가로 알려진 사람들의 감언이설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판단해야 한다.

한 독자의 3년 전쯤 제보가 떠오른다. 자신의 친오빠가 주식투자 관련 인터넷 강의에 빠져 큰돈을 날렸다는 사연이다. 강연자가 자신에게 돈을 맡기면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서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수익은커녕 원금까지 날렸다는 것이다.

그 제보자는 돈을 받아 실제 투자를 실행했는지도 알수 없어 더 속이 터진다고 했다. 안타깝지만 자신의 오빠가 사기꾼 같은 강사의 감언이설을 무턱대고 믿은 게 너무 큰 잘못이었다고 자책했다.

올해 금융시장을 뒤흔든 파생결합증권 대규모 손실 사태의 경우도 금융회사 직원들의 불완전판매에서 비롯됐다. 다만, 안전한 투자상품이라거나 많은 수익을 낼 거라는 '가짜 정보'를 의심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곱씹어봐야 한다.

나이 40세를 불혹(不惑)이라고 표현한다. 미혹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마흔이면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 시비분변(是非分辨)을 할 수 있고 감정 또한 적절하게 절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이 항상 유념하고 실천해야 할 말이라 생각한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가짜에 현혹되지 않는 것도 투자자의 중요한 자세다. 주가조작 세력 같은 사기꾼들은 소위 '귀가 얇은 사람'을 호시탐탐 노리기 마련이다.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불혹'을 실천할 수 있을지 자신을 되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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