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1996년 내·외신의 평가다. 신흥 개발도상국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OECD에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선진국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재정건전성 4위, 외환보유액 9위, 국가경쟁력 13위로 성장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넘었다. 국제사회에서 선진국 수준의 견조한 경제 펀더멘털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여전히 신흥국으로 분류된다. 보통 그 나라의 통화정책이나 금융규모 등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이 나뉘는데 원화는 변동성이 크고 비기축통화국인 탓에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임지원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역시 지난 13일 한국은행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대외건전성이 2008년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양호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난 3∼4년 새 양호한 정도가 조금씩 줄고 있고, 외환위기 측면에서 문제가 전혀 없는 수준은 아직 아니다"고 말했다.
원화가 중국 위안화의 영향에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점도 약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의 무역 대국인데도 대중(對中) 수출 비중이 30%에 육박해 글로벌 정치·경제 리스크로 외환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원화와 위안화가 나란히 등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는데 당사자들보다 한국이 더 직격탄을 맞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아직 선진국과 신흥국을 분류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탓에 IMF 등 일부 국제기관에서는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부서마다 이에 대한 시각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통화 움직임이나 건전성, 성장률 등을 비교할 때 우리나라를 신흥국 시장으로 보는 것은 맞지만 G20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보다 선진국형인 것은 분명하다"며 "지금은 선진국으로 가는 과도기적 시기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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