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서든 호출·실시간 탄력요금... 이것이 우버의 힘

  • 트래비스 칼라닉, 오지 않는 택시 기다리다 '우버' 아이디어 떠올려

  • 앱으로 쉽게 차량 호출하고 누구나 운전자로 활동... 전세계 63개국 진출

  • 한국서 한차례 퇴출... 택시와 상생해 한국 모빌리티 시장 재도전

  • '안전한 플랫폼' 지향... 사내 성추행 사건 이후 조직문화 통째로 바꿔

IT 기술의 발전과 혁신은 수많은 산업을 변화시켰다. 교통수단을 포함한 모빌리티 영역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다. 10년 전에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우버(Uber)'가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었다. 우버는 세계 최초로 차량 공유 서비스라는 모델을 제시했다. 누구나 운전자가 되어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앱으로 간편하게 차량을 호출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지금 현재 우버의 차량 공유 서비스는 63개국 700여개 도시로 퍼져나갔다. 올해 5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할 당시 책정된 기업가치가 95조원에 달했다. 한국에서도 우버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우버는 지난 5월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신규 상장됐다. [사진제공=우버] 


◆ 무작정 택시 기다리다 차량 호출 서비스 ‘우버’ 고안

우버는 스마트폰 앱으로 승객과 일반 차량 또는 택시를 연결해주는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누구나 자신의 자동차로 다른 사람을 태우고 돈을 버는 세계 최초의 차량 공유 모델이었다.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칼라닉과 가렛 캠프는 2008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 IT 행사에서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택시가 잘 잡히지 않자, ‘휴대폰으로 차량을 호출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칼라닉과 캠프는 이를 사업화하기 위해 2009년 우버테크놀로지를 공동으로 설립,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으로 우버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의 차량 호출 서비스가 개인과 콜택시를 연결하는 방식이었다면, 우버는 개인과 개인(일반 차량 운전자)을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교통 수요자와 공급자를 효과적으로 연결한 우버는 성공적인 사업 모델로 자리 잡았다. 우버는 기본 차량 호출 서비스인 ‘우버엑스’뿐만 아니라 택시를 호출하는 ‘우버택시’, 고급택시 서비스 ‘우버블랙’과 같이 이용자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서비스를 쏙쏙 내놨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차량을 호출할 수 있고, 날씨나 요일에 따라 바뀌는 탄력요금제를 적용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는 기존 콜택시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전에 입력해둔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가 되도록 해 이용자가 현금을 들고 다녀야만 하는 불편도 해소했다. 여러 명이 함께 탈 때 요금을 나눠 낼 수 있는 ‘더치페이’ 기능도 담았다.

2010년대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와 맞물려 우버의 서비스는 세계로 뻗어 나간다. 2011년 12월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2013년 30개국, 2014년 41개국 100여개 도시에 진출했다.

그만큼 우버의 몸값도 크게 늘었다. 우버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3년 만인 2013년 약 30억~40억 달러로 책정된 기업 가치는 2015년 4월 412억 달러로 급등했다. 지난 5월 미국 뉴욕증시 상장 당시의 기업 가치는 820억 달러(약 95조7000억원)에 달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 중 2014년 상장한 알리바바(1694억 달러) 다음으로 높았다.

우버는 2014년 8월 차량 합승 서비스인 ‘우버풀’, 2015년 4월에는 음식 배달 서비스 ‘우버이츠’, 2017년 5월 화물차 호출 서비스 ‘우버 프레이트’와 같이 다양한 유형의 서비스도 선보였다.

우버가 한국에 진출한 시기는 2013년 8월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우버처럼 버스나 택시 운전자가 아닌 사람이 돈을 받고 승객을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행위는 불법이었다. 그래서 택시업계가 앞장서서 반대했다. 우버는 택시업계 기사들에게 어떻게 경제적 기회와 혜택을 제공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지를 설명하고 싶다고 밝혔으나 대화는 진전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검찰에 우버를 고발하고, 우버의 영업 행위를 신고하면 최고 100만원의 포상금을 주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검찰은 2014년 12월 우버를 불법 여객운수 혐의로 기소했다. 정치권에선 ‘우버 영업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결국 우버는 2015년 3월 우버엑스 서비스를 중단해야만 했다.

우버는 2017년 8월 우버이츠로 한국 배달 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우버이츠는 장진우 식당, 피에프창, 마망갸또와 같은 유명 레스토랑 200여곳의 음식을 배달 대행하는 서비스로 주목 받았다. 만 18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가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누구나 배달원으로 일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 올해 5월 성남 분당 지역으로 서비스 보폭을 넓혔고, 제휴 레스토랑 수는 서비스 초기 200여개에서 2400개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국내 배달 앱 경쟁이 치열해지자 우버는 2년 2개월 만에 우버이츠 서비스를 접기로 했다.

우버는 국내시장에서 택시 중개 서비스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다. 택시와 상생하는 모델로 한국 시장에 재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우버는 “국내 모빌리티 사업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버는 올해 1월 우버 앱으로 공항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인터내셔널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4월부터는 우버택시 서비스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했다. 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인 ‘우버블랙’과 교통 약자를 지원하는 ‘우버 어시스트‘, 시간제로 차량을 빌릴 수 있는 ’우버트립‘과 같은 서비스는 계속해서 제공 중이다.

 

우버택시 이미지 [그래픽=김효곤 기자]


◆ 운전자·차량 쉽게 확인하고 위험 시 112 신고... ‘안전한 플랫폼’ 이미지 각인

우버가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운전자와 탑승자가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버는 이용자가 운전자의 신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기능들을 담았다. 먼저 2016년 운전자와 계정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기능인 ‘실시간 ID 확인(Real-Time ID Check)’을 도입했다. 이는 눈동자를 깜박이거나, 미소를 짓고, 고개를 돌리는 등의 기본 동작을 수행해 실제 운전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운전자가 특정 색으로 이용자를 찾을 수 있는 ‘색상으로 승객 찾기(Spotlight)’ 기능도 도입했다. 이용자의 스마트폰 화면을 지정된 색으로 바꿔 운전자는 자신의 탑승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탑승자 또한 혼잡한 교통 상황 속에서 호출한 차량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버는 지난 4월 ‘당신의 여정이 맞는지 확인하세요(Check Your Ride)’ 기능을 추가해 이용자가 세계 어디에서 우버를 호출하든 운전자의 차량 브랜드와 모델, 얼굴, 번호판과 같이 탑승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는 호출한 차량에 맞게 탑승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용자가 우버 앱 내에 표시된 4자리의 핀 번호를 운전자가 듣고 이를 자신의 앱에 입력해야만 운행할 수 있는 기능도 담았다. 우버는 향후 초음파를 사용해 핀 번호 없이도 자동으로 배차된 차량 탑승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7월 우버 앱 내에 신설된 ‘긴급 버튼’은 위기 발생 시 112가 즉시 호출될 뿐 아니라 112 상황실로 실시간 위치 정보와 차량정보가 자동으로 전송된다. 이와 함께 새롭게 추가된 ‘안심 연락처’ 기능은 탑승자가 우버 차량 탑승 시 미리 연락처를 등록한 최대 5명과 예상 도착 시각과 실시간 위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야간에만 정보를 공유되도록 하는 옵션도 있다. 이외에도 우버 앱으로 실시간 기사의 얼굴과 신원을 볼 수 있고, 주행 습관과 평균 주행 속도와 같은 정보도 제공해 탑승자가 안전하게 승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자전거 도로 근처에서 하차할 경우 이를 앱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추가됐다.

우버 관계자는 “탑승자들은 하차 시 달려오는 자전거들이 있는지 살펴보게 되고, 모두에게 보다 안전한 도로를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용자의 연락처는 비식별 처리돼 비공개를 유지하고 있다. 운전자의 우버 앱에서도 운행이 끝나면 탑승 기록을 숨겨 이용자의 정보를 보호하고 있다.

 

우버 로고[사진=AP·연합뉴스]

◆ “인종·성차별, 더 이상 없다”

우버는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평가받는 만큼 그에 맞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도 힘쓰고 있다. 우버는 2017년 2월 사내 성추행 문제가 불거진 이후 기업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3월 이보영 다양성·포용성 책임자(CDIO, Chief Diversity&Inclusion Officer)를 영입했다. CDIO는 다양한 인종과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글로벌 기업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직책이다.

이 CDIO는 인종이나 성별, 성격과 같은 생물학적 특성이 다양하게 섞인 조직에서 누구나 동등하게 대우를 받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있는 그대로를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다양성 자문위원회를 설립해 사내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고,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를 글로벌 4000여 명의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다양성 자문위원회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임직원 50%, 외부 전문가 50%가 참여하는 자문 기구로, 우버가 다양성을 위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우버는 성과 관리나 승진 제도에서 실무자들이 다양성을 어떻게 다뤘는지도 공개해 승진 평가에서 성차별을 줄였다. 그 결과 미국 인권단체인 인권캠페인재단이 발표한 기업 평등 지수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막기 위해 면접관들을 감시하는 별도의 면접관을 뒀다.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1000명의 우버 직원은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서류 면접부터 최종 면접까지 이르는 채용 과정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계속 바꿔나가고 있다.

이 CDIO는 다양성과 포용성은 조직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이 CDIO는 “문화, 인종과 관련해 다양성이 높은 회사는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수익성이 33%나 높게 나타났고, 혁신적인 제품에 관한 매출도 19%나 더 높았다”며 “다양한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선 기업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보하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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