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리 힐 [이한선 기자]
수원시립미술관은 ‘게리 힐: 찰나의 흔적’ 전시를 26일부터 내년 3월 8일 열어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작품 36점을 선보였다.
게리 힐은 초기에 조각가로 활동하다 1970년대에 영상 작업으로 전환하면서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은 작가로 다양한 영상과 설치 작업을 통한 실험을 해 왔다. 이번 전시 제목은 ‘찰나’에 소멸된 이미지와 언어가 흔적을 남기고 확장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26일 미술관에서 만난 작가는 “매체를 구분 짓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조각이든 영상이든 아이디어를 어떻게 전달하느냐는 차이일 뿐”이라며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나 자신을 정의하자면 언어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92년작 ‘잘린 파이프’는 파이프 끝에 스피커가 있고 중간에 비어 있는 건너편 스피커에 영상이 투사되는 작품으로 소리와 이미지의 관계를 나타낸다. 1996년작 ‘관람자’는 노동자 17명이 서 있는 영상 작업으로 그들이 관객을 응시하는 모습에서 상호작용을 이끈다.

게리 힐 '학습곡선'[이한선 기자]
2000년작 ‘벽면 작품’은 영상 속의 작가가 뛰면서 벽과 상호작용하며 나는 소리에 따라 화면이 켜졌다가 광원에 의해 영상이 사라지기도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작품이다. 1993년작 ‘학습곡선’은 파도타기를 체험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해변이 등장하는 커다란 영상 하나와 파도의 움직임, 5인치 모니터의 영상 등 3작품으로 이뤄져 있다. 파도 영상이 놓여 있는 거대한 책상은 마치 모래사장 같은 느낌을 준다.
1994년작 ‘순환호흡법’은 5개의 영상이 각기 다른 속도로 진행되며 나타났다 사라지는 과정에서 바다에 떠 있는 배, 모스크의 내부 등의 영상이 움직인다. 1991년과 1992년작 ‘나는 그것이 타자의 빛 안에 있는 이미지임을 믿는다’는 책에 영상을 비추는 작업으로 책에 원래 속성인 텍스트를 벗어나 영상이 비춰지면서 드러나는 매체간의 상호작용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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