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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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구 외교부 차관보
입력 2019-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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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구 외교부 차관보. [사진=외교부]



아세안으로 향하는 바닷길이 시작되는 곳, 부산에서 개최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세안의 이웃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이했고, 행사준비부터 프로그램까지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었다.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한 환영 공연부터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의 쌀을 섞어 만든 디저트까지 곳곳에서 정성껏 손님을 맞으려는 우리의 마음이 아세안 친구들에게도 전달되었다. 아세안 정상들도 화답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은 대표단에 각 10명 이상의 각료들을 포함시켰다. 그만큼 한국과의 분야별 협력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던 이번 정상회의의 의미는 무엇이고,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이번 정상회의는 신남방정책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자리였다. 아세안 정상들에게 신남방정책은 이미 고유명사가 되어 있었고 전폭적 지지 입장을 밝혔다. 우리 정부는 2017년 말 신남방정책 발표 이래 그야말로 쉼 없이 달려왔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2년 만에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했고, 대통령 직속 ‘신남방정책 특별위원회’가 설치되었다. 지난 30년간 아세안과의 교역은 20배, 투자는 70배, 인적 교류는 40배 이상 늘었다. 이제 신남방의 핵심 협력 동반자인 아세안과의 전방위적 협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아세안도 손을 내밀고 있다. 이번 회의는 우리가 신남방정책 하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자리였다.

둘째, 이번 정상회의는 한국과 아세안 간 미래 협력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아세안의 관심과 희망도 진화하고 있다. 아세안은 단순한 경제, 과학기술 협력파트너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 선도국으로서 한국을 주목한다. 한국 대중문화의 활력과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에도 관심이 크다. 우리도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여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팜, 5G(5세대) 이동통신 기반 미디어아트로 주요 부대행사를 기획하였고, 문화와 기술을 접목하여 어떻게 산업이 될 수 있는지 영감을 공유하는 혁신포럼도 개최하였다. 이번 정상회의는 한·아세안 간 상생번영의 미래를 함께 그려보는 기회이자 협력의 폭과 깊이를 경제, 환경, 개발 등 전통적 분야를 넘어 전략적 협력으로까지 넓혀 나가자는 데 의기투합한 계기였다. 정상회의 결과 채택된 공동 비전성명, 한강·메콩강 선언은 신남방의 꿈을 실현하는 데 나침판이 되어줄 것이다,

셋째, 이번 정상회의는 한국과 아세안이 모두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지향함을 보여주었다. 아세안과 한국은 동병상련의 입장에 있다. 강대국 간 경쟁에 의해 위축되기보다 보편적 규범에 기초해 협력을 늘려가야 활로가 생긴다.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는 곧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자 공동번영의 든든한 기반이다. 한국과 아세안이 포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 타결, 특별정상회의 계기에 타결된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등은 자유무역 네트워크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이번 회의는 이러한 성과와 함께 우리에게 과제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지난 2년간 추진해온 신남방정책 성과의 토대 위에 앞으로 아세안과의 협력체계를 어떻게 내실화·제도화하느냐의 문제가 선결과제가 될 것이다. 아울러 특별정상회의로 조성된 모멘텀을 활용하여 새로운 차원의 대(對)아세안 협력방안, 신남방 2.0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과 아세안이 역내 평화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도 고민해 볼 대목이다. 양측은 이미 마약, 해양 폐기물 등 국경을 넘나드는 안보위협에 공동대응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역안보를 강화하는 노력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특별정상회의 기간 중 각 정상들은 처음으로 한반도문제 논의를 위한 특별세션을 개최하였다. 아세안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을 통해 북한을 지역안보 체제에 관여시키는 노력을 주도해 왔으며 2차례에 걸쳐 북·미 정상회담을 주최하였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만들어 가는 데 아세안의 지원과 협력이 기대된다. 한국과 아세안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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