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을 이끌고 있는 우기홍 대표이사 부사장의 영향력은 강화됐지만 다른 세 사람은 제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조 전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이들에 대한 신뢰가 높았으나,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진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진그룹 인사를 통해 우 부사장의 그룹 내 입지가 더욱 강화됐다. 대한항공의 승진 인사 규모는 사장 1명, 부사장 3명, 전무 6명으로, 우 부사장이 사장으로, 이승범 전무를 비롯한 3명이 부사장으로, 박정우 상무 등 6명이 전무로 각각 승진했다.
일본의 경제도발 등으로 전에 없는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우 부사장의 경험이 돌파구 마련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1962년생인 우 부사장은 1987년 대한항공 기획관리실로 입사, 비서실, 그룹 구조조정본부 등을 거치며 경험을 쌓아왔다. 대한항공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1179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0% 넘게 줄어든 수치다.
한국공항은 강 사장이 퇴임했으며 현 대한항공 자재부 총괄 유종석 전무가 후임으로 임명됐다. 석 사장은 한진칼의 자리는 지켰다. 그러나 대한항공 부회장 자리는 내려놓게 됐다. S대 4인방 중 절반 이상이 쇄신의 대상이 된 셈이다. 조 회장의 혁신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대한한공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앞서 조 회장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그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들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항공운송과 항공기 제작, 호텔을 포함한 여행 등 주력 사업을 제외하고는 정리할 것들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의 경제도발 외에도 국내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성공하며, 업계 1위 대한항공에 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회사의 재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화되면 국내 항공업계의 지형 변화는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조원태식 혁신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다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진그룹은 이날 임원 직위체계도 기존 6단계(사장·부사장·전무A·전무B·상무·상무보)에서 4단계(사장·부사장·전무·상무)로 줄였다. 불필요한 결재 라인을 간소화하는 등 조직 슬림화를 통해 임원수를 20% 이상 축소한 것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젊고 유능한 인재를 중용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조직문화 정착, 미래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인사 내용은 내달 2일부터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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