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성장률 전망치의 격차는 '1%대냐, 2%대냐'라는 문제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1% 성장이라는 숫자가 가져오는 상실감이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정부 기관들이 경제 전망을 하면서 좀 더 희망 섞인 기대감을 반영해 전망치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냉정해야 할 경제 전망이 이런 기대감 또는 의지의 반영이 과도해지면서 결국 올해처럼 하향 조정을 반복하면, 정부 기관으로서의 신뢰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KDI·산업연구원 2.3% vs 민간 연구원 1.8~1.9%
LG경제연구원(1.8%), 한국경제연구원(1.9%), 하나금융경영연구소(1.9%) 등 민간 기관들은 내년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책 기관들의 시각과 달리 대외 위험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고 소비, 투자 등 민간 부문의 부진이 계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수출 역시 정부의 기대와 달리 회복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바라봤다.
해외 금융기관들도 대체로 내년 우리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1.6%로 가장 낮은 전망치를 발표했고 골드만삭스, 무디스, 모건스탠리는 2.1%로 예상했다. 내년 우리 경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곳은 JP모건(2.3%)과 슈로더투신운용(2.4%) 정도다.
◆정부 "부정적인 전망이 민간 심리 더 자극 우려"
정부와 민간 사이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민간 심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현재 재정을 쏟아부으며 성장을 떠받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민간 투자와 생산, 고용이 나아지지 않으면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런데 앞으로 경기가 개선되지 않고 더 악화될 것이란 신호가 나오면 민간은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이런 전망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정부가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성장률이 1%대를 기록하든 2%대를 기록하든 실제로 국민들이 몸으로 느끼는 차이는 크지 않다"면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경기가 안 좋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민간의 심리를 자극하고 더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의지 반영은 경제 전망 신뢰 상실
문제는 처음 장밋빛 전망치를 발표하고 계속 하향 조정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신뢰도가 깨지고 있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올해 우리 경제가 2.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7월 2.4~2.5%로 낮췄고, 최근엔 2% 내외로 또 하향 조정했다. 한은도 작년 10월만 해도 2.7%로 잡았던 전망치를 석 달 만인 올해 1월 2.6%로 내렸고, 4월에 2.5%로 재조정했다. 7월에는 2.2%로 낮춰 잡았고 또 4개월 만에 2.0%로 재차 내렸다.
이달 말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인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무조건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연구기관장·투자은행 전문가들을 만나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과 잠재적 리스크 요인을 고려하면 내년 경제 회복의 정도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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