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년=100)로 전년 같은 때보다 0.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가 공식적으로 오른 것은 지난 7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는 8월(-0.038%) 하락세로 전환한 후 9월(-0.4%) 사상 첫 공식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다. 10월(0.0%) 보합으로 하락세가 멈췄다.
이에 대해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지난해 높은 물가 상승률에 따른 기저효과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마이너스 물가만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저물가 흐름은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낮아지는 가운데 공급 측 요인과 정책 요인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기저효과 등 특이 요인이 완화하면서 연말엔 0% 중반대로 회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와 통계청의 설명에도 장기 저물가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실제로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대비 0.6% 상승했다. 이는 20년 만에 최저인 지난 9월(0.6%)과 같은 수준이다.
농수산물 기저효과와 석유류 등 공급 요인을 제거하고도 20년 전인 IMF 외환위기로 기업들이 줄도산할 때의 근원물가 수준인 상황을 숫자로 보면서도 농수산물 등 공급 측면의 일시적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는 정부다.
이에 민간 전문가는 물론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지난 10월 말 보고서를 통해 “(저물가는) 정부의 복지 정책이나 특정 품목이 주도했다기보다 다수 품목에서 물가가 낮아지며 나타난 현상”이라며 “일시적 공급 요인뿐 아니라 수요 측 요인도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진단했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 역시 "저소득층은 소득이 줄고 고소득층은 내야 할 돈이 늘어나 소비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꼭 필요한 생필품은 구매하지만, 사지 않는 물품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물가 하락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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