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를 찾아줘' 이영애 "일할 수 있어 감사…배우·가정, 균형 잃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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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9-12-0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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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간 얼굴과 사근사근한 말씨. 사람들은 배우 이영애를 '산소 같은 여자'라 불렀다. 화장품 CF 등으로 '청순 가련'의 대명사가 되었으나 그의 필모그래피는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산소 같은 여자'와 거리가 멀었다.

천연덕스럽게 "라면 먹고 갈래요?"라고 묻던 은수(영화 '봄날은 간다'), 판문점 총격전을 조사하는 E 장 소령(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너나 잘하세요"라며 복수의 서막을 알리던 금자(영화 '친절한 금자씨')까지. 이영애는 당대 '파격'을 부르고 후대 '회자'되는 작품과 캐릭터를 맡아왔다.

영화 '나를 찾아줘' 정연 역의 배우 이영애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굳피플 제공]


14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도 마찬가지다.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고 낯선 곳, 낯선 이들에게 뛰어드는 '정연'(이영애 분)은 이영애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캐릭터다.

잔혹한 현실 속에 맨몸으로 내던져진 '정연'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한 이영애. 복귀한 소감 및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볼 수 있었다.

"평소에도 개봉 전에는 긴장을 많이 하는데. 이번에는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오히려 느끼질 못하겠어요."

무려 14년 만이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이후로 SBS 드라마 '사임당-빛의 일기', 스페셜 다큐멘터리 '이영애의 만찬', JTBC '전체관람가' 단편 프로젝트 '아랫집' 등으로 간간이 소식을 전하긴 했지만 스크린에서는 통 만나볼 수 없었다.

"(팬들이) 엄청 오랜만이라고 생각하나봐요. 여러 가지 했는데···. '사임당'도 나름 나쁘지 않은 시청률이었잖아요. 그 정도로 '폭망'('폭삭 망했다'는 뜻의 줄임말)은 아니었어요. 하하하. 우리 아들이 정말 좋아했거든요. TV 활동은 조금씩 해왔지만 스크린은 14년 만이니까. 저도 또 다른 떨림을 느끼긴 하죠."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의 복귀인지라 차기작 선택에도 고민이 많았다. 그는 여러 고민을 제쳐 두고 오로지 '작품'만 보고 복귀를 선택했다.

"받자마자 '너무 좋다!'고 했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몰입도가 정말 좋았고 빨려들 것 같더라고요.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엔딩이 인상 깊었어요. 감독님이 오래 갈고 닦은 덕에 시나리오의 힘이 단단했죠. 또 신인 감독이긴 하지만 내공도 느껴졌고요."

여전히 맑은 '산소 같은 여자' 배우 이영애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굳피플 제공]


극 중 이영애는 아이를 잃은 엄마 '정연' 역을 맡았다. 그가 작품에 완벽히 몰입할 수 있었던 건 '엄마'가 되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이영애는 "맞다"며 감성의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감성의 폭이 더 커져서 이야기가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또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사회 부조리 등에 관심이 많아졌죠. 경종을 울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다만 아이들의 문제를 드러내기가 힘들어서 주저했던 건 있었죠."

이영애가 처음 받아 본 시나리오는 지금보다 더 수위가 높았다고. 아동학대·범죄 등을 다루는 만큼 김승우 감독과 이영애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수위 높은 장면이 더 있었는데 초고부터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듬고 추가하기도 했어요. 저는 초고속의 센 장면들이 감독님이 전하는 메시지와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보는 분들께서 너무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게 또 현실이고 현실을 알리는 영화에서는 없어선 안 될 부분이니까. 그런 점은 감안해서 봐주시면 묵직한 울림이 있을 거라고 봐요."

아이를 찾는 엄마의 이야기를 드라마와 스릴러 장르로 풀어내며 이영애가 소화할 '액션'도 커졌다. 맨몸으로 낯선 이들과 싸우고 아이를 찾아내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처절하게 느껴질 정도.

"집으로 돌아가 보면 저도 모르는 멍이 마구 들어있더라고요. 그래도 오랜만에 하니까 재미 있었어요. 또 감정의 폭이 큰 역할이니까. 변화무쌍한 감정을 연기하는 맛도 있었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이영애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굳피플 제공]


'나를 찾아줘' 개봉 후, '배우 이영애가 돌아왔다'는 평이 쏟아졌다. 고민 끝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영애에게 기운을 북돋워주는 칭찬이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이, 이 작품이라면 후회 없겠다' 싶어서 시작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아서 기뻤어요. 기사도 잘 써주시고 관객분들도 좋게 봐주셔서 기분이 좋아요."

그는 스크린 복귀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가족들을 향한 무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남편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작품도 함께 보고 의견을 나누죠. 이번 영화도 (남편이) 주제가 정말 좋다며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그 덕에 촬영도 편하게 할 수 있었고요. '아빠 찬스'를 써서 아이들을 맡기고 촬영장에 나가기도 했죠. 또 남편이 스태프들에게 선물도 하고 회식도 쏘고···. 여러모로 많이 도와줬어요."

'연예인들의 연예인' 이영애지만 남편과 아이들 앞에서는 그저 평범한 '아내' 그리고 '엄마'라고.

"얼마 전 청룡영화제 시상식에 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엄마 왜 벌써와?' 하는 거예요. '박소담 사인 받아와야지!' 하면서요. 하하하. '야, 엄마가 이영애인데···' 통하지도 않았죠."

영화 '나를 찾아줘' 정연 역의 배우 이영애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굳피플 제공]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영애는 어른으로서 또 엄마로서 사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나를 찾아줘'의 시작점이라고도 덧붙였다.

"최근 사라져가는 후배들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이제 시작인 친구들인데. 저의 20대 30대를 돌아봤을 때 홀로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는 시간이요. 스스로를 곧추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휩쓸리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자리에 서있기도 하거든요."

그는 밤마다 아이들과 함께 기도를 올린다며 "세계평화부터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가정평화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 '완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항상 기도해요.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니까요. 아이들이 사는 세상이 복잡하고 지리멸렬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하지 않을까요?"

'세계평화' '한반도의 평화' '가정의 평화' 대신 이영애 개인의 바람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는 "특별히 이루고 싶은 꿈은 없다"라며 잠시간 고민에 빠지더니 "이게(영화가) 잘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배우로서 내 일을 찾은 것에 관해 감사하고 소중함을 느껴요. 특별히 이루고 싶은 꿈 대신 이 작품이 잘 돼서 배우로서 균형감을 잃지 않고 가정도 잘 지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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