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 정부는 미국의 거듭된 파병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지만, 한미동맹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일본 정부가 중동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해상 자위대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 1기를 파견하기로 이달 중순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할 방침이라고 지난 2일 보도했다.
신문은 호위함이 내년 1월 하순쯤 현지에서 활동을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일본은 연합체 직접 참여가 아닌 자위대를 독자 파견하는 방식의 파병을 택했는데, 이는 이란과의 관계 악화 방지 차원이자 향후 일본 자위대의 독자적 작전활동 및 영역 확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외신 보도에 대해 따로 입장을 내지 않는다"면서도 '청해부대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 준비를 해온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DDH-979·4400t급)은 지난 8월 출항해 현재 아덴만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다. 청해부대가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하는 데는 불과 이틀이 소요된다.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파견연장 동의안대로, 파견 인원 '320명 이내', 파견 전력 '4000t급 이상의 구축함 1척'이면 따로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참가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그럼에도 군 당국은 '청해부대 출항=호르무즈 해협 파병'이라는 공식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를 구성하자는 미국의 새 전략이 나온 뒤, 동아시아의 긴장과 한반도 평화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은 미국 중심의 호위 연합체 구성에 대해 중국·러시아와 호르무즈해협 근처에서 합동해군훈련을 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이 빈번해졌고, 미국 정찰기의 한반도 상공 전개도 잦아졌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로 미국과 파열음이 날 경우, 한·미 동맹이 더욱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파병 결정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유예 결정의 불씨가 여전한 데다,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군 내부 일각에서는 오히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동맹기여도'를 부각시키기 위해 파병 요청을 먼저 해야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대표가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 믈라카 해협까지 한국을 위해 활동하는 미군도 있지 않으냐"며 방위비 협상과 호르무즈 파병을 연계한 발언에 주목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란과의 관계 악화로 인해 결정을 최대한 미루려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일본이 날짜를 확정해 발표하면 (한국의) 파병 결정 내리는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며 "방위비분담금 협상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미국은 올해 여름 국제사회에 호르무즈 해협 연합체 참여를 요청했다. 지난 6월 오만해에서 발생한 일본 유조선의 피격에 대해 미 해군이 이란 연계설을 주장한 뒤 7월 이란 혁명수비대가 불법 항행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유조선을 억류했다. 이로 인해 이란에 대항한 군사 연합체를 구성하려는 미국의 명분이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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