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적어도 '6'자를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중국 정부가 이달 중순 열릴 것으로 보이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년 성장률 목표치를 '약 6%'로 설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6~6.5%)보다 목표치를 더 낮춰 사실상 '포류(破六·6%대 붕괴)'를 용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통화·재정정책을 균형있게 활용하면서도 홍수처럼 돈을 푸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중국 정부의 내년 거시경제 정책방향이 확정된다. 공식적인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월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공표된다.
경제공작회의는 매년 12월 중순 열리는 중국 최고위급 경제정책회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원, 국무위원을 비롯해 각 지방정부 지도자와 주요 국유기업 수장들이 참석한다.
약 사흘간 베이징 시내 징시호텔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는 회의에서는 내년 성장률, 재정적자, 물가 등 경제수치 목표치를 설정해 이를 달성하기 위한 경제정책 우선순위와 방향을 확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에서 새해 경제운용 과제를 공표한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전면적 '샤오캉(小康, 풍족하고 편안한)'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만큼, 내년 경제를 어떻게 운용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성장률 6% 지킬 수 있을까' 논란도
이번 회의에서 내년 성장률 목표치는 '약 6%'로 설정될 전망이다.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의 6%대 성장률 유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8%, 7%, 6%대로 떨어졌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5%대 성장률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국 안팎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미·중 무역전쟁, 공급측 개혁 여파로 경제 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성장률마저 6% 아래로 추락하면 중국 경제가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6% 성장률을 무조건 사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과도한 경기부양책이 부채급증, 부동산 폭등 같은 리스크만 키운 만큼, 굳이 6% 성장률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미·중 무역전쟁이 최대 위협?
1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도 중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요소다. 이로 인해 향후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단절)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는 만큼, 중국 경제 전망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루이스 쿠지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아시아 경제 책임자는 "미·중 관계가 가장 큰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미·중 양국은 '1단계 무역합의' 세부 내용을 놓고 두 달 가까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은 기존 관세 철회, 지식재산권, 기술 강제이전 등의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5일 미국이 예고한 대로 중국산 제품 1560억 달러어치에 또다시 관세를 물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추가 관세는 미·중 무역전쟁 한층 더 고조시킬 수 있다.
◆내년 재정·통화정책 향방은···
SCMP는 이번 회의에서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경기하방 리스크(위험)를 예방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재정·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기존 방침대로 단기적인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은 내년 재정적자 목표치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하로 정하고, 인프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방정부 특수목적 채권(이하 지방채) 신규 발행 물량을 3조 위안 이상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올해 지방채 물량 2조1500억 위안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쿠지스는 "중국은 최근 수개월째 '경기둔화는 서서히 진행되고 있으며, 고용시장만 좋으면 상관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성장률이 4~5%로 떨어지지 않는 한, 중국 정부가 과도하게 재정지출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감세와 같은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점진적인 통화 완화정책 기조도 이어져 기업과 소비자 비용 부담을 낮출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물가안정 목표치 설정을 높고 시장의 의견은 엇갈린다. 지난해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폭은 3.8%로, 올해 정부 목표치인 3%를 훌쩍 웃돌았다.
저우하오 독일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 목표치를 낮추고, 물가 목표치를 높이면 시장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가 증폭될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물가안정 목표치가 종전과 같은 3%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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