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은 제약·바이오, 엇갈린 CEO 기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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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19-1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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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바이오팜·종근당건강 ‘맑음’…신라젠·코오롱생명 ‘뇌우’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호곤 종근당건강 대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문은상 신라젠 대 [사진=연합뉴스 및 각사 제공]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점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최고경영자(CEO)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SK바이오팜, 종근당건강 등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을 향해 순풍을 탄 반면, 신라젠, 코오롱생명과학 등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특히 SK바이오팜과 코오롱생명과학은 대기업에 속한 바이오기업으로 엇갈린 성적을 기록해 이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 ‘K바이오 반전의 주역’

올 상반기 K바이오는 코오롱생명과학, 신라젠 사태 등의 여파로 혼란한 상황이었다. 관련 시장은 위축됐고, 내외부에서 불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조정우 대표가 진두지휘한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를 받으며 K바이오는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이 국내 기업 최초로 기술 수출 없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FDA 허가 신청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했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신약을 기술수출하지 않고 FDA에 직접 판매허가를 신청해 승인받은 첫 사례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이번 승인은 신약의 발굴, 개발 및 상업화 역량을 모두 갖춘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SK바이오팜의 연구개발(R&D)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감격스러운 성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조 대표는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5일 단행된 SK그룹 임원인사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최태원 SK회장의 깊은 신임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김호곤 종근당건강, ‘락토핏’으로 모기업 1조 매출 견인

종근당건강의 ‘락토핏’이 올해 모기업 종근당의 매출 1조원을 견인할 것이 확실시 된다. 락토핏'의 10월 현재 누적 매출액은 1661억원으로, 연매출 2000억원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락토핏’ 돌풍의 중심에는 지난 2011년 2월에 종근당건강에 영입된 김호곤 대표가 있다. 그는 ‘락토핏’이 국민 유산균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끌었다. 타사제품이 1만원을 훌쩍 넘을 때 6000~7000원대로 가격을 설정하고, 홈쇼핑 등에 적극 진출했다. 배우 전인화 등을 과감히 기용하며, 인지도를 높인 점도 주효했다. 여기에는 1990년대 말에 LG생명과학에서 마케팅팀장으로 일한 경험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종근당건강의 효자 역할로 종근당은 올해 연매출 1조원 달성이 무난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로 ‘K바이오 쇼크’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지난 7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17년 국내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을 때 보였던 당당함은 사라졌다.

앞서 지난 5월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사항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이른바 ‘인보사 사태’가 시작됐다. 식약처는 인보사에 대해 품목 취소 결정을 내렸고, 바이오 시장은 요동쳤다.

이 대표는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환자, 투자자, 의료계 등에 사과를 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점점 신뢰를 잃고 있다. 인보사에 대한 조작과 허위자료 혐의가 수사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6일 새벽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임원 2명을 구속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개발사다.

이들은 식약처에 허위자료를 제출하고, 코오롱 티슈진의 주식시장 상장을 목적으로 회계를 조작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식약처에 인보사에 관한 허위자료를 제출한 혐의로 구속된 의학팀장에 이은 두 번째 구속이다.

◆문은상 신라젠, 책임론에 묵묵부답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이제 ‘펙사벡 논란’에 한가운데 서있다. 하지만 지난 8월 바이러스 기반 항암제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을 조기 종료한다고 밝힌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앞서 신라젠은 미국 내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로부터 펙사벡 간암 임상 3상에 대한 무용성 평가 결과 임상 중단을 권고받았다. 무용성 평가는 개발 중인 약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임상시험 지속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인데, DMC는 더 이상의 임상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검찰은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를 앞두고 신라젠 임원이 보통주를 대량매각한 것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신라젠 측은 “압수수색은 일부 임직원에 국한됐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 대표 역시 지난 2017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총 1300억원 이상의 주식을 현금화했다”면서 “이 같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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