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배타적 협상 기한(우선협상자 대상 일정기간)' 마감이 임박한 가운데 매각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이 회장에게도 초초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매각 지연 우려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8일 기자와 만나 '구주 가격으로 인해 협상이 늦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나는 모르는 일이다. 구주가격에 대해서는 일체 물어보지 말아달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그는 "그건 실무진에서 잘 하면 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매각의 판을 짠 산업은행은 이후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구주가격에 대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오는 12일로 예정된 주식매매계약(SPA)체결이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구주 가격으로 4000억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계약당사자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3000억원대를 제시했다.
마지막까지 박 회장이 의견을 굽히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회장은 지난 4일 산업은행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향해 시그널을 보냈다. 대승적 결단을 강조하며 우회적으로 연내 매각을 압박한 것이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살리자는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하고 뒷받침한 대승적 결단에 대해 감사하다"라며 "개인 욕심을 버리고 기업에 대한 미련을 끊는다는 건 훌륭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 회장이 구주 가격을 놓고 욕심을 부리다 매각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일은 없게 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12일 마감되는 협상이 틀어지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주도권은 온전히 산업은행으로 넘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제시한 구주 가격 문제는 초반부터 제기돼 왔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뒤 한 달 가까이 줄다리기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도 양측은 '특별손해배상한도'를 놓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최대한 연내 SPA 체결이 가능하도록 협상을 마무리 하겠다는 게 양측의 목표다.
특별손해배상한도는 금호가 당초 매각에 나섰던 후보들에게 가격조정한도는 3%라고 못박았고, HDC그룹 측은 10%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5%로 수준으로 봉합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규모가 당초 알려졌던 9조6000억원 보다 큰 것으로 파악되면서 양측이 끝까지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구주 가격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 약 한 달 간 진통이 지속된 것으로 전해지지만 막판 매각 마무리를 위해 양측도 한 발씩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그동안 말을 아꼈던 이 회장의 '대승적 결단' 발언은 연내 매각 압박 시그널로 해석되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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