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파이터' 폴 볼커 전 美연준의장 별세...향년 9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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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19-12-10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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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볼커 전 의장의 제안 반영된 은행규제안인 '볼커룰' 제정

1970~80년대 미국 경제계의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린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별세했다. 

뉴욕타임스(NYT), CNBC 등 외신은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미국 뉴욕 자택에서 9일(현지시간) 향년 92세의 일기로 타계했다고 보도했다. 고인은 전립선암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볼커 전 의장은 1979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로 재직하다 지미 카터 행정부에 의해 연준 의장에 지명됐다. 이후 1983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재지명됐다.

볼커 전 의장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고, 통화량을 줄이자는 전형적 ‘매파’였다. 1970년대 말 미국 경제는 오일쇼크 충격으로 고물가와 저성장이 병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였다.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상충된 목표 속에서 볼커 전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그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최고 연 20%대까지 끌어올렸다. 

볼커 전 의장의 강력한 물가안정책 덕분에 미국 경제는 안정 궤도에 올라섰고, 장기 호황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 출신의 경제학자인 헨리 카우프먼은 "20세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장"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볼커 전 의장은 이후 2008년 11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의장에 발탁되며 미국 경제 전면에 재등판했다. 볼커 전 의장이 은행규제안을 제안했는데,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를 반영해 만든 은행규제안이 그 유명한 '볼커룰'이다. 

볼커룰은 은행들의 고위험 투자를 막아 그 여파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막자는 게 골자다. 2010년 발효된 금융개혁법 '도드-프랭프법'의 부속 조항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자기자본이나 차입금으로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이른바 '프롭 트레이딩'(Proprietary trading)이 금지됐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은행 규제를 완화하는 '볼커룰 개정안'을 승인한 상태다.

이날 외신들은 인플레이션을 막은 폴 볼커 전 의장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인플레이션을 이긴 연준 의장"이라고 밝혔다. NYT는 고인을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인물"이라며 "지난 60년간 미국 경제를 뒷받침했다"고 전했다.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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