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 분식회계’ 84억 손해 배상금 미납... 10년 이자만 200억

18조원에 가까운 추징금으로 잘 알려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는 추징금 외에도 갚아야 할 배상금이 남아있다. 상당부분은 이미 지급이 됐지만 여전히 84억원이 남았고, 남은 배상금에 이자가 붙어 원금보다 규모가 커졌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조미옥 부장판사)는 지난 7월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SGI서울보증)이 김 전 회장을 비롯해 서형석 전 회장,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회장, 김영구·이동원 전 부사장 등 계열사 대표·임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 측은 원고에 260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재판은 과거 김 전 회장이 확정판결에 따라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금의 존재를 확인하고 재차 지급을 명령한 것이다. 원금은 84억원 정도이지만 10년간 쌓인 지연이자는 무려 200억여원에 이른다.

1997년 대우그룹의 그룹의 재무사정이 어려워지자 김 전 회장과 계열사 대표 등은 그룹과 계열사가 건재한 것처럼 보이게 할 목적으로 분식회계를 실시했다.

전체 분식회계 규모는 41조원에 육박했고, 대우그룹은 건전한 것처럼 꾸며진 재무제표를 토대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SGI보증보험은 이 중 3500억원의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줬다.

분식회계로 버티던 대우그룹은 결국 무너졌고 회사채를 갚을 능력이 없었던 대우그룹 대신 SGI보증보험이 2000~2002년까지 금융기관에 약 4400억원의 보증보험금을 지급했다.

이에 SGI보증보험은 2003년 2월 "분식회계로 발행한 회사채를 지급보증해 4300억여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김 전 회장과 이를 실행한 임원들을 상대로 84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청구액 84억원에 대해 김 전 회장과 임원들이 함께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해외 도피한 김 전 회장을 제외한 임원들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과 대법원 모두 원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 2008년 9월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은 "분식사실이 알려질 경우 대우 계열사들은 회사채 발행은 물론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SGI보증보험이 이런 사정을 알았다면 회사채에 대해 지급보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확정판결이 나온 후 10년 동안 SGI보증보험은 김 전 회장 등으로부터 배상액을 받을 수 없었다.

김 전 회장은 도피 끝에 입국한 뒤 추징금 17조9253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고 거액의 세금도 체납된 상황이었다.

SGI보증보험은 확정판결이 나온 지 10년이 되기 전인 6월 김 전 회장 등을 상대로 같은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재소송은 대법원 판례에 따른 소멸시효 연장을 위해서다. 이 소송에서 김 전 회장 등은 SGI보증보험의 주장에 다투지 않았고 변론 없이 자백간주에 의한 판결로 마무리됐다.

김 전 회장 등은 84억원의 배상액을 대부분 변제하지 않았고 남은 금액은 그동안 연 20%의 지연이자가 쌓여 원리금이 총 260억여원으로 늘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지난 9일 오후 11시 5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