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우의 화려한 시절 어땠나…1982년 사보로 보는 '세계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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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기자
입력 2019-12-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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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포조선소에서 2박 3일 임원세미나…글로벌 기업 도약 자부심 넘쳐

  • 김우중 회장 "기회는 도전하는 자만이 얻어"…수출 20억불 달성 자축

'세계경영'으로 유명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향년 83세로 별세했다. 대우그룹을 한때 재계 2위까지 올려놓았던 김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굴곡 많았던 대우그룹의 흥망성쇠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주경제는 대우그룹이 출범한 지 15년 되는 1982년 대우그룹의 11월 사보 '대우가족'을 10일 단독 입수했다. 김우중 전 회장이 발행 겸 편집인을 맡았던 당시 사보는 대우 기획조정실에서 발행한 것이다. 무려 124페이지에 달하는 사보는 창립 15년만에 세계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대우의 자긍심과 자신감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1982년 11월 발행된 대우그룹의 사보 대우가족에 당시 임직원 세미나를 맞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인사말이 실려있다. [사진=윤은숙 기자 ]


◇김우중 회장 "1년 중 250일 해외에"···그룹사 임원 246명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

당시 사보에는 1982년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2박 3일 동안 옥포조선소에서 개최된 임원 세미나와 관련된 내용이 자세히 담겨 있다. 당시 임원 세미나는 1979년 이후 3년 만에 열린 것이었다.

29개에 달하는 계열사 이사부장급 이상 전 임원 246명이 참가해 치른 대규모 임원 세미나에는 고병익 전 서울대 총장을 비롯해 조순 전 부총리(당시 서울대 교수), 권오기 전 동아일보 사장 (당시 동아일보 주필) 송자 전 연세대 총장(당시 경영대 교수) 등 화려한 강연진들이 초대됐다.

사보에는 "대우의 별'들이 미래를 여는 대행진은 12일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하늘을 나르고, 바다를 건너고, 땅 위를 달려 대우가족의 일과 땀이 얽혀 이룩해 놓은 거제도 옥포만으로 모여드는 행렬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었다"고 당시 행사 상황이 묘사돼 있다.

1982년 11월 열린 임원세미나에서 김우중 전 회장은 '기회는 도전하는 자만이 얻는다'라는 인사말을 통해 "올해 들어 3백일 가운데 250일을 해외에 머물렀던 제가 그동안 잘되고 못 되는 이야기를 직접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었다"면서 "우리 모두의 손과 우리 모두의 땀으로 이룩한 (옥포조선소) 현장에서 우리의 미래를 다시 꾸미고 내다보자"라고 강조했다. 세계 경영을 위해 국외로 쉴새 없이 출장을 다녔던 김 회장의 당시 모습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부를 창출하기 위해 지켜져야 할 수단은 오직 교역뿐"이라면서 "교역에 따른 리스크를 과감한 도전으로 개척해가며 교육에 의한 부가가치를 끊임없는 창조의 자세로 증대시켜가야 한다"라고 말한 부분에서는 김 전 회장이 강조했던 세계 경영과 도전의 철학을 읽을 수 있다.

김 회장은 또 당시 대우가 나이지리아 화력발전소를 비롯한 건설·선박 수주 리비아의 공사진척 조선의 U.S Line 수주 등의 실적을 올린 점 등을 들면서 "15년 전 대우가 첫 출발 했을 때와 이제 제2의 창업의 깃발을 올렸을 때와의 능력은 우리가 미처 생각을 못 할 만큼 현저한 차이가 있다"라면서 "대우가 소유하고 있는 능력은 무한한 데 비해 그 능력은 자신들이 과소평가 하는 점이 있다"라면서 자긍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1982년 대우는 수출 20억불이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으며, 이는 전년도보다 무려 12.5%난 성장한 것이다. 수출 20억불 달성과 관련한 '대우 가족'의 기사 [사진=윤은숙 기자 ]


◇'나라 탐방' 등 코너 만들어 다른 국가 소개···세계 기업 동향 등

사보가 만들어졌던 1982년 대우는 수출 21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도보다 무려 12.5%의 성장률을 보였다. 대우의 수출은 1974년 1억 달러에서 1979년에는 1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10배의 신장률이 기록한 것이다. 1982년 수출에서는 선박·섬유·철강이 약 30%, 25%, 15%를 차지하면서 주종 품목을 이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대우 전체의 해외지사는 모두 64개에 달했다. '수출 20억 불 고지 달성'이라는 제목의 사보 기사에는 "80여 개 국가에 이쑤시개부터 거대한 배까지 350여 종류의 품목을 연 출장인원 2,000명이 세계를 누비며 수출했다"라고 설명돼 있다.

수출 20억불이 넘어선 데 따라 주역들의 좌담을 실은 기사도 눈에 띈다. 기사의 제목은 김우중 전 회장의 발언 중 하나인 "일에 미쳐봐라. 그러면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도사가 된다"를 인용했다. 당시 해외관리, 철강, 섬유 부문 직원들이 나와서 아프리카, 미주, 중동, 동남아 등 세계 각지의 해외 근무 상황과 업무 경험담 등을 풀어놓았다. 직원들의 발언 곳곳에서는 성장하는 기업의 일원으로서의 활기가 느껴진다. 좌담회 참석자 중 한 명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것 바로 대우의 특징이 아닌가 생각한다"라면서 대우의 일원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사보 중 눈에 띄는 또다른 하나는 바로 국외 소식이 많다는 것이다. 당시 해외지사가 64개에 달했던 만큼 외국에서 주재하고 있는 대우 직원들도 많았다. 대우 사보에는 해외취업자 가족 서간문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이 실려있기도 하다. 당시는 1983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우는 세계 각지에 직원을 파견해 국외에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었다. 

나라 탐방 코너에서는 '비동맹 외교 추구하는 남방의 자원 대국'이라는 제목의 인도네시아 소개 글이 실려있다. 인도네시아의 정치, 문화, 사회를 비롯해 다양한 시각에서 한 국가를 분석하고 설명하고 있다.

또 움직이는 세계 속 인물을 소개는 코너에서는 스즈키 전 일본 총리를 소개하면서 일본의 정치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해외 기업의 움직임' 부문에서는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실린 해외 기업들의 동향이 담겨 있다. 컴퓨터 가격을 25% 할인해 '임대'보다는 '판매'에 주력하고자 한다는 IBM의 소식과 최고 40자를 한 화면에 보여줄 수 있는 가방휴대용 비디오를 개발했다는 파이어트사의 뉴스 등이 눈에 띈다.
 

당시 사보에는 1982년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2박 3일 동안 옥포조선소에서 개최된 임원 세미나와 관련된 내용이 자세히 담겨 있다. 당시 임원 세미나는 1979년 이후 3년 만에 열린 것이었다.[ 사진=윤은숙 기자]

1982년 대우 사보에는 해외 관련 소식들이 특히 눈이 많이 띤다. 사진은 '나라 탐방' 코너에서 인도네시아를 설명하는 지면 [사진=윤은숙 기자 ]

1982년 대우 사보에 실린 해외취업자 서간문공모 당선작. 대우에서는 이런 공모전을 열 만큼 해외에 많은 직원들이 파견돼 있었다. [사진=윤은숙 기자]

1982년 사보 뒷편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강남지하상가 분양 소식도 실려있다. [사진=윤은숙 기자]

1982년 11월 대우 그룹 사보 표지 [사진=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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