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2019년 정세 평가 및 2020년 전망’을 주제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내년 독자적인 ‘새로운 길’로의 전환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북한이 북·미 협상의 부진과 국제사회 대북제재 장기화 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자력갱생 및 군사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의 개선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봤다.
내년에 예정된 한국의 총선(4월), 미국의 대선(11월),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10월) 및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 등 한반도 비핵화의 당사국인 남북미의 대내 정치 일정과 북·미 비핵화 협상 부진으로 특별한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 회복을 위해 ‘대통령의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교수는 “올해 한국은 2017년과 다르게 북·미 관계 속에서 남북 관계를 견인하지 못했다. 남북 관계 독자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전쟁불허’라는 큰 틀에서 한반도 평화는 미국이 아닌 우리가 지킨다는 메시지를 담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북·미 관계가 모멘텀을 이어간다고 해도 남북 관계의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최근 릴레이식 담화를 발표하며 대미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한 조치”라며 “이달 하순에 예정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 중단을 선언할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이미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노딜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굉장히 정교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진단했다. 이를 근거로 스톡홀름 실무협상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전초전이 아니라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미국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였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계획을 오랜 시간 준비했을 것”이라며 “전원회의 개최 소식이 알려졌을 때 회의 초안 등 일정 부분이 이미 결정되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황을 아주 잘 이해하고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김정은의 현재 대미 압박 국면은 오히려 새로운 길을 가는 자신의 정당성을 만들기 위한 행보”라며 “북·미 협상의 무(無)진전 책임을 미국에 돌리려는 내부적인 메시지가 담겼다”고 해석했다.
북한이 ‘새로운 길’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무역 의존도가 더 심화할 것으로 봤다. 임 교수는 “(북한이) 기본적으로 자력갱생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달성을 견인할 것”이라면서도 “북·중, 북러 간 비제재 대상을 중심으로 한 교역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중 관계가 국제사회, 유엔 제재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이 주변 우호 국가와 교류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웅현 고려대학교 교수는 러시아가 내년에는 한반도에서 적극적인 관여 정책으로 변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 교수는 “지난 4월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급발전했다”며 “러시아가 미국에 계속해서 대북 제재 해체를 요청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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