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시언(37)이 영화 '아내를 죽였다'로 데뷔 10년 만에 주인공을 맡았다. 개봉 전 사람들은 그의 예능 이미지를 떠올리며 캐릭터를 짐작했지만 공개된 영화와 그의 연기는 예상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
"많은 분이 걱정하는 부분도 알고 있고 실제로 '예능 이미지 때문에 캐스팅을 망설인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하지만 '나 혼자 산다'가 있었기에 영화도 찍고 저를 위해 취재도 와주신 거예요."
그는 자신을 둘러싼 편견과 예능 이미지 그리고 한계에 관해 담담하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의 말들이 정체되거나 망설이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지만 그럼에도 확실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이시언의 일문일답이다
첫 주연작이다. 감독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 저를 쓰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했다. 충분히 검증된 사람도 있지 않겠나. 그런데 왜 저를 쓰냐고. 어쩔 수 없이 '저예산' 이야기를 하더라. 하하하.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드라마 속 저의 진중한 이미지를 언급하시더라. 그런 톤의 연기는 짤막하게 있었는데. 그걸 보셨다고 했다.
많은 배우가 연기 활동을 위해 예능 활동을 그만두기도 하지 않나. 코믹 연기나 예능 말고 진중한 이미지를 밀고 나가도 될 텐데
-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좋은 칭찬인 거 같다. 잘 어울리는 거 같다고. 하지만 '나 혼자 산다'를 떠나지 않아도 배우 활동을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이 잘 나가서 놓치고 싶다는 말이 아니다. 물론 체력적으로 지칠 때도 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너무 좋고 행복하다.
에너지를 얻는 느낌인가보다
- 그렇다. 동료 이상이다. 친구인 거지. 그래서 지금은 뭐랄까. 나간다고 하면 꼭 배신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캐스팅하는 쪽이라면 예능 이미지가 강한 걸 아쉽게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예능 하차하면 캐스팅을 생각해보겠다'는 분도 계셨다. '나 혼자 산다' 팀은 항상 제 입장을 존중해주시고 있다.
예능 속 이시언과 작품 속 이시언의 온도 차 때문인 거 같다
- 몰입이 안 된다는 분들이 계시다. 저는 저의 평을 다 찾아보는 편이라서 (나쁜 반응에 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저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할 수는 없는 거 같다. 제가 '나 혼자 산다'를 하차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예능 이미지를 벗는 건 아니니까. '나 혼자 산다'는 제게 정말 감사한 프로그램이다. 평생 그렇게 여길 거고. 그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이 영화도 못 찍었을 거고, 기자님들도 이 자리에 안 계셨을 거다.
스스로는 어떤가? 배우와 예능인의 사이에서
- 과거에는 배우라는 자부심이 강했다. 작품과 저의 신념에 관해 이야기하곤 했는데 어느 순간 그런 말을 못 하겠더라. 내가 아닌 상대가 나를 그렇게 보고 있어야 하는데. 이제는 제가 연기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으면 '네까짓 게?'라고 할까 봐 말을 못 하겠다. '나 혼자 산다'에서도 가끔 "배우로서 어떤 거 같냐?"고 하는데 후폭풍이 두려워 입을 다물게 된다.
후폭풍이라면?
- 댓글이다. 심적으로 힘들더라. 저는 100개의 댓글이 달리면 90개는 정독해서 본다. 어느 정도 무뎌진 거 같기는 하다. 악플이라는 게 '나 혼자 산다'를 예로 든다면 말을 해도, 안 해도 욕하고 또 앉아있어도. 서 있어도 욕먹기 마련이다. 제 생각에 악플을 다는 데도 그 악플을 읽는 데도 별 이유는 없다. 돌 던져 개구리가 맞는 격이다. 지금 보면 그 개구리도 그 앞에서 서성이고 있던 건 아닐까? '던지고 있나?' 하고.
'아내를 죽였다' 정호 역은 어땠나
- 이시언 자체로 들어갔다. 아직 부족하다. 모자란 부분이 눈에 띄는데 그건 저의 불찰이다.
비주얼적으로도 변신을 했다
- 감독님께 수염을 제안했다. 혹시 별로라고 생각하시면 어쩌지 했는데 흔쾌히 받아주셨다.
그 외에도 제안한 부분은 없었나? 연기적인 면이나 캐릭터 등
- 감독님이 굉장히 열려 계셔서 많이 받아주신다. 촬영 등 디테일한 앵글 제안도 했다. 영화를 보면 제가 제안한 앵글도 포함돼 있다.
정호의 모습 중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 정호가 계속 취해 있는데 그 취함의 정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내내 만취일 수는 없지 않나. 취했다가 살짝 깼다가 하는 부분들. 이 취함의 정도를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눈을 볼 때 '술이 좀 깼나?' 하고 느끼길 바랐다. 멀쩡하다가 갑자기 블랙 아웃되는 것도 어색하고 말이 안 될 거라고 본 거다.
드라마, 영화, 예능까지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 라디오 DJ를 해보고 싶다. 20대 초반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밤에 강변도로를 달리는데 부산방송 라디오가 들려오더라. 속으로 '얼마나 행복한 직업일까?' 생각했다. 너무 행복하게 느껴지더라. 그때부터 라디오 DJ에 로망이 있었던 거 같다.
올해는 어떻게 정리할 생각인가?
- 지금 TV조선 드라마 '간택-여인들의 전쟁'을 찍고 있다. 도상우 진세연이 출연한다. 좋은 친구들이다. 거의 야외에서 촬영하는데 아마 첫 방송이 나가고 나면 찍어놓은 분량이 다 쏟아져 나가서 스케줄이 또 바뀔 거 같다. 올해는 드라마를 찍으면서 마무리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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