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특별판] "동북아 평화경제를 복원하라"…3각 공조 복원에 '크리스마스 선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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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9-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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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 23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중

  • 시진핑과 회담으로 '동북아 슈퍼 위크' 포문

  • 24일 아베와 회담…지소미아·수출규제 분수령

"한·중·일 비핵화 3각 공조를 구축하라."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를 둘러싸고 한·중·일 3국이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한다. 북·미는 말 폭탄에 이어 실질적 군사 행동으로 전선을 옮기며 '비핵화 연내 시한'을 앞두고 강대강(强對强)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분수령은 오는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다. 23일 방중 길에 오르는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北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별도의 양자 회담을 하고 한·중 관계 복원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방중은 2년 만이다. 북·미 치킨게임 속에서 '중국 변수'가 급부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중·일 3각 공조에 따라 크리스마스 '선물이냐, 악몽이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 기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양자 회담을 추진,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위한 여정에도 나선다. 미·중을 비롯한 세계 도처의 지정학적 경쟁 심화로 확산된 배타성의 고리를 끊고 '다자주의 시대'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韓·中·日 3각 공조 실패 땐 지정학적 경쟁↑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23일 방중길에 오른다. [그래픽=연합뉴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3국의 신(新) 밀착' 여부다. 비핵화 촉진역을 자임하는 문 대통령은 한·중·일 3국의 협력을 북·미 핵담판의 지렛대로 활용, 마지막 냉전 구도를 해체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판은 깔렸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는 '3국 협력체제 20주년'을 맞아 열린다. '한·중 수교(1992년 8월 24일)',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년 10월 8일)' 등과 같은 역사적 전기를 마련할 절호의 기회다. 

앞서 지난해 5월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4·27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특별 성명'을 발표했다.

가까스로 한·중·일 3국의 비핵화 공조는 마련됐지만, 한·일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놓고 온도 차를 드러냈다. CVID를 거론한 아베 총리에 맞서 우리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CVID' 논리를 폈다. 중국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해법을 주문했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낸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미 정상회담도, 남북 관계도 안갯속"이라며 "외교는 '명분이냐 실리냐'의 싸움인데,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국면"이라고 밝혔다.

변수는 도처에 널렸다. 북·미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돌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내년도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2017년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미국은 올해의 기조 핵심인 '아시아에 대한 관여 강화'를 한층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 구상'이 대표적이다. 이는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견제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中 '한한령 해제'··· 日 '강제징용 배상'
 

북·미 치킨게임 속에서 '중국 변수'가 급부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중·일 3각 공조에 따라 크리스마스 '선물이냐, 악몽이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청와대 춘추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아시아에 대한 관여 강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전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래 아시아 중시 정책의 가장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했다. 5조원대에 달하는 '트럼프발(發) 방위비 청구서'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둘러싼 논란 등도 미국의 아시아 관여 강화 정책의 연장선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1월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의 아세안 국가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한 직후,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은 미국 관여 정책의 최우선 순위"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자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아시아의 재균형을 꾀하려는 속셈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한·중과 한·일 간 얽힌 복잡한 변수다. 한·중 갈등의 정점에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4∼5일 사드 갈등 이후 처음으로 방한해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해제에 시동을 걸었지만, 문 대통령 면전에서 미국을 비판하며 사실상 한국에 미·중 중 양자택일을 하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앞서 G2는 화웨이 전선을 놓고도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한국에 강요했다. 파국으로 치닫는 북·미 관계로 중국의 비핵화 역할론이 급부상해 문 대통령도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억지력이 작동해 북·미 간 불신이 다소 완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등은 여전히 한·일 관계의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일 기업과 양국 국민이 자발적으로 내는 이른바 '문희상 안(1+1+알파)'과 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유예 등도 다시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은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 왼쪽은 2020 경제 관련 보고를 위해 이동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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