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너무 비싸다…법 취지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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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19-12-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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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으로 우선분양전환권 박탈

  • 2억원 보증금에 10년 월세 내고 6억원 더 얹어야 내 집

10년 공공임대 주택의 분양전환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법원의 가처분 소송 판결이 나왔다. 서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본래 법 취지가 훼손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7월 1일 서울시 종로구 경실련회관에서 열린 '판교 10년 공공임대아파트 불공정약관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청구' 기자회견 참석자 모습.[사진 = 김재환 기자]


15일 성남시 등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은 판교신도시 산운마을 9단지 입주민이 성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분양전환승인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9일 인용했다.

이로써 분양전환전환금을 마련하지 못한 임차인들은 본안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강제 퇴거당하지 않게 됐다.

수원지법은 "분양전환 승인으로 입주민들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10년 공공임대주택 제도가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비싼 분양전환가격 탓에 임차인에게 부여한 '우선분양전환권리'가 박탈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 제도가 임대사업자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판결에 담겼다.

이는 공공주택특별법상 "공공임대주택은 분양전환 할 목적으로 공급하는 주택"이라고 정의한 취지를 고려한 것이다.

현재 산운마을 9단지의 분양전환가격은 전용면적 84㎡ 기준 7억3600만원에서 8억1700만원으로 책정됐다. 현재 시세 약 10억원에서 80% 수준의 감정평가액으로 나온 결과다.

지난 2009년 판교에 공급한 같은 평형 주택의 임대료가 보증금 2억원에 월세 60만원이었으므로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제외하고 약 6억원가량의 현금이 추가로 필요하게 된 셈이다.

김동령 전국LH중소형 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장은 "무슨 수로 서민들이 이 돈을 10년 만에 벌겠냐. 대출도 안 나오는 금액"이라며 "이번 판결은 10년 후 완전한 내 집이 된다고 홍보했던 정책이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본안소송의 쟁점은 임차인의 우선분양전환권을 박탈하지 않는 가격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7월 19일 분양전환 승인이 이뤄진 산운마을 8단지도 9단지와 같은 이유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한 후 지난달 13일 인용받았다. 본안소송 공판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한편, 현행법에는 "임대기간이 10년인 경우 분양전환가격은 감정평가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애매하게 규정돼 있다.

이는 "건설원가와 감정평가금액을 산술평균한 가액으로 한다"고 구체적인 방법이 명시된 5년 공공임대주택 관련 조항과 다르다.

입주민들은 10년 공공임대주택도 분양전환가격을 시세(감정평가액)가 아닌 건설원가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가 각각 발의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 3건이 계류돼 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은 10년 공공임대주택도 5년 공공임대주택과 동일하게 확정분양가(건설원가+사업자 적정 이윤)로 분양 전환금을 산정하는 내용이다.

또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내용은 '분양가 상한제에 준하는 방식의 분양 전환가 산정'을 골자로 한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원마을 12단지 인근에 걸려있는 현수막[사진 = 성남시중대형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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