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금융도시인 홍콩이 암호화폐 시장에 직접 규제에 나섰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이하 SFC)는 지난달 6일 '가상자산 거래플랫폼에 대한 규제방침서' 및 '가상자산 선물계약 관련 주의사항'을 발표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강한 규제를 가하는 대신, 이들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시장을 정화하겠다는 취지다.
◇홍콩 당국, 암호화폐 규제 나선 배경은
SFC가 자국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에 나선 것은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가운데 암호화폐 거래소와 손잡는 전통 금융회사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SFC는 전세계 암호화페 시장을 최대 3000억 달러(약 352조원) 규모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미국 뉴욕, 영국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금융도시인 홍콩에서 상당수가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 SFC의 분석이다.
SFC는 방침서는 "상당수 전통적 금융기관들이 국경 간 지불과 송금이 가능하도록 폐쇄형 블록체인상에서 암호화폐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홍콩 내 암호화폐 시장 현황을 진단했다.
이처럼 암호화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콩에 기반을 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지난해 7월 해킹 공격을 당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해킹 사고로 암호화폐 '시스코인' 시세는 기존 300원대(원화 기준)에서 7억원으로 급등하는 등 이상 현상을 보였다.
결국 난립한 암호화폐 시장에 투자자와 전통 금융기관들이 몰리며 SFC가 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SFC는 "플랫폼들이 해킹을 당했다는 보고가 있고,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며 거래규칙들이 공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규제방침 배경을 설명했다.
◇암호화폐 '합법화' 대신 '인가제'로 규제
SFC가 암호화폐 시장을 규제하는 기본 원칙은 '인가'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설립하고 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발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라이선스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합법적인 금융기관에 준하는 지위가 부여된다는 의미이며, 인가받지 못한 거래소는 불법 업체가 된다는 뜻이다.
동시에 인가받지 않은 거래소는 "규제관할 밖"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오직 인가를 낸 거래소에 대해서만 규제한다는 방침인데, 거래소 입장에선 규제를 받더라도 인가를 받는다면 '합법성'을 담보할 수 있다.
여기서 암호화폐 시장을 바라보는 홍콩 당국의 방침을 엿볼 수 있다. 수요가 몰리는 이 시장을 규제하는 동시에 라이선스 발급을 통해 '상생'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SFC가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인가를 내주는 것은 아니다. SFC는 기본적으로 '비증권형 토큰'만 거래하는 거래소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즉 거래소가 다루는 암호화폐 중 증권형 토큰을 반드시 포함해야 인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증권형 토큰이란 기업이 주식이나 채권을 대신해 암호화폐 형태로 발행하는 유가증권이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유틸리티 토큰인데, 블록체인 기술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특정 플랫폼에서 발행한 암호화폐를 뜻한다. 증권형 토큰은 상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주식을 발행하듯 관련법을 적용받아야 한다.
◇SFC 향후 계획은?
SFC는 이번 규제방침서를 토대로 인가 신청을 낸 거래소를 대상으로 평가에 들어갈 계획이다. SFC는 방침서를 통해 "고도의 평가 절차 및 예상 규제표준 충족여부에 대산 심사가 요구될 것"이라며 "가상자산 거래플랫폼 인가 신청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일반 인가 신청 처리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가를 받는 거래소는 '규제 샌드박스'로 묶인다. 다만 홍콩의 규제 샌드박스는 우리나라에서 금융위원회가 핀테크 회사에 일정 기간 법적 규제를 유예해주는 제도와 차이가 있다. SFC가 2017년 9월 시행한 규제 샌드박스는 금융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집중적인 감독을 받게 한 제도다.
다만 SFC는 방침서에서 논의된 규제 한계점에 대해선 입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SFC는 "암호자산 업계의 진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장기적으로는 홍콩 정부당국과 협력해 입법적인 변경 수요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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