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굶어서 우유 훔친 '현대판 장발장'…"긴급지원 대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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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경·박연서 기자
입력 2019-12-1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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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초생활보장 지원받는 이들은 긴급지원 신청 못해

[현대판 장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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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장발장]

 

[현대판 장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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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 끝에 동네마트에서 우유와 사과를 훔친 인천의 ‘현대판 장발장’ 사건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같은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는 가운데, 밥을 못먹는 긴급한 상황에 국가가 나서 도와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긴급지원제도(전화번호 129)가 있지만 실제로 '긴급 상황'을 해결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인천 서구의 한 마트에서 우유와 사과 등을 훔치던 30대 아버지와 10대 아들 부자가 적발됐다. 이들이 훔친 물건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략 1만원 가량이었다. 공개된 CCTV 화면 속에서 두 부자는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떨며 잘못을 빌었다. 이들의 딱한 사정을 들은 마트 주인은 경찰에 훈방조치를 요청했다. 또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도 20만원이 담긴 봉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배가 고파서’라는 범행 동기에 "요즘도 굶는 사람이 있느냐"며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졌지만 올해도 곳곳에서 이와 비슷한 ‘생계형 범죄’가 벌어졌다.

지난 10월에도 광주 북구의 한 마트에서 한 30대가 빵과 라면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그는 "배가 고파서 그랬다"며 "10일을 굶었다"고 진술했다.

4월에도 전주 완산군에서 빵을 훔쳐 달아나던 40대는 경찰에 잡힌 뒤 "방을 더 먹고 싶어서 훔쳤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418건이었더 서울 지역 경미범죄심사건수는 지난해 1699건으로 4배가 넘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심사 대상 중 94.5%인 1608건에 대해 처분 감경이 이뤄졌다.

경미범죄심사는 심사 대상으로 정해진 피의자들이 범죄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원들이 감경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불가피하거나 안타까운 사정이 있던 가벼운 범죄에 대해서는 정상참작이 이뤄지기도 한다. 경미범죄심사로 감경 처분이 된 사건 중 대다수 사례는 생계형 범죄에 해당한다.

이처럼 현대판 장발장은 늘고 있는데 이들을 막을 제도는 미비하다. 정부도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올해 1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한국노총 표준생계비 산출결과’에 따르면 4인 가구의 표준생계비는 579만원~706만원이다. 초등학교 자녀가 있을 경우가 500만원 선이고, 자녀 나이가 많을수록 평균 생활비도 크게 늘었다.

반면 올해 4인 가구가 기초생활보장제도로 받는 생계급여는 138만4000원에 불과하다. 일반 4인 가구 표준생계비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특히 '현대판 장발장'들처럼 먹을 게 없는 긴급상황에 처해도 이들이 지원받을 방법은 없다.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는 갑작스러운 위기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는 자격 요건이 아니다.

인천의 한 구청 담당 부서에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이 되는 다른 제도가 있는지 묻자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을 받고 있으면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건 없다"란 답이 돌아왔다.

이외에도 긴급지원제도 역시 심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최소 48시간에서 5일 가량의 시간 뒤에 지원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신속한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서울의 한 복지기관에도 문의했지만 “기초생활수급자라면 복지관 차원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당장 굶고 있는 사람이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 나라 복지 수준이 OECD의 다른 국가나 복지국가로 알려진 유럽 등보다는 낮은 편이기에 지원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역사회·시민단체들이 공동체가 회복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웃사촌으로 살피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대판 장발장과 같은 사례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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