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권 고가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내년 각종 과세의 기준인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고 종부세 세율도 상향조정돼 이중 폭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시세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 반영률)이 시세 구간별 최대 80%까지 오른다.
공시가격 현실화만으로 내년 서울 강남권 중심으로 다주택자의 보유세는 최고 50%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내년도 부동산 공시 적용 방안이 상세히 담겼다. 공시가격 산정 방식과 제도 운영 방향을 밝히는 것은 1989년 공시제도 도입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국토부는 우선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9억원 이상 고가주택 위주로 현실화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시세 9억~15억원은 70%, 15억~30억원은 75%, 30억원 이상은 80% 수준에 맞춘다.
다만 공시가가 급등하지 않도록 현실화율 인상분에 상한을 뒀다. 시세 9억~15억원 공동주택의 경우 8% 포인트, 15억~30억원은 10% 포인트, 30억원 이상은 12% 포인트다.
시세 9억원 이상 단독주택의 현실화율도 55%까지 올린다. 현실화율 제고분 상한은 9억~15억원 단독주택이 6% 포인트, 15억원 이상이 8% 포인트다.
토지의 현실화율 제고 방식은 주택과 다르게 적용된다.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전통시장을 제외한 모든 토지에 대해 올해 64.8%인 현실화율을 앞으로 7년 이내에 70%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현실화율 제고분을 균등하게 반영한다.
예컨대 올해 현실화율 63%인 토지는 향후 7년간 현실화율을 연간 1% 포인트씩 높인다. 만약 현실화율이 56%라면 매년 2% 포인씩 7년간 현실화율이 올라간다.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68.1%, 표준단독 53.0%, 표준지는 64.8%로 내년 공동주택의 경우 최고 12%까지 오를 수 있다.
국토부 측은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조정을 시세 9억원 이상 고가주택에 집중한 것과 관련, 고가-중저가 부동산 간 현실화율 역전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시세 3억~6억원의 경우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68.6%인데 비해 시세 15억~30억원은 67.4%에 그쳤다.
이와 함께 내년도 전국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대비 4.5% 상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도별로 서울(6.8%), 광주(5.9%), 대구(5.8%) 등의 순으로 높게 상승했고, 제주(-1.6%), 경남(-0.4%), 울산(-0.2%)은 하락했다. 변동률은 올해(9.13%)의 절반 수준인 4.5%로 낮아졌다. 서울도 올해 17.8% 올랐으나 내년에는 절반가량으로 떨어졌다.
국토부는 18일부터 표준단독 공시가격에 대한 의견 조회를 시행한다.
또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안정적이고 투명하게 추진하기 위한 '현실화 로드맵'을 내년 중 마련한다. 로드맵에는 최종 현실화율 목표치와 목표 현실화율 도달 기간, 현실화율 제고 방식 등이 종합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불균형성 정도와 소유주의 부담능력 등을 고려해 고가주택부터 공시가 인상을 추진했다"며 "내년에는 현실화 로드맵을 수립해 전반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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