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쏘나타'와 기아자동차의 'K5'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들 차량의 공통점은 경기 화성에 있는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의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거쳤다는 점이다. 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수 차례 직접 품평을 했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는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자동차 모델 혹은 주행 환경 등을 구축해 제작 과정을 대신하는 것을 뜻한다. 원하는 대로 빠르게 디자인을 바꿔 품평까지 진행하고, 실물 시제작 자동차에서 검증하기 힘든 오류 등을 신속히 확인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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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 화성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열린 ‘현대·기아자동차 가상현실(VR) 미디어 체험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현대·기아자동차 제공]
현대·기아차는 17일 남양기술연구소에서 ‘현대·기아자동차 가상현실(VR) 미디어 체험행사’를 열고 이 같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날 찾은 ‘VR 디자인 품평장’과 ‘VR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실’은 현대·기아차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방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최첨단 기술로 시간과 비용은 줄여 남은 부분을 안전성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체험해본 VR 디자인 품평장은 일반인에게도 현대·기아차가 확신을 갖고 운영할 만하다는 느낌을 전해줬다. 사실 첫인상이 초라했다. 높이 7m, 가로·세로 40m 정도의 공간에 휑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VR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장착하고, ‘HP Z VR 백팩 G1’이라는 지원기기를 등에 착용해 보니 세상이 달라졌다. 이들 기기는 3차원 이미지로 구현된 360° 가상공간에 사용자들을 데려다 놓았다.
아무것도 없던 사무실은 현대차가 지난 10월 공개한 수소 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넵튠’으로 가득 찼다. 넵튠이 앞으로 달려 전시장 중앙으로 올 때는 차량에 부딪힐까 깜짝 놀랄 정도로 현실감이 있었다.
주변 배경도 프랑스 파리에서 웅장한 산과 드넓은 해변,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프로그램만 있으면 무한대로 장소 변경이 가능하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서 현지 사정과 현장 환경을 고려해 최적화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다.
자동차 안에 들어가 각종 기능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조수석에도 앉아보고, 화장실에도 가고, 주방도 이용해 보니 재미가 쏠쏠했다.
장비를 벗고 다른 사용자들을 보니 조금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미국 인기영화 ‘고스터버스트즈’의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유령 잡는 기기와 흡사한 장비를 차고 헛손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현대·기아차 고위임원진이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해 한 달에도 몇 번씩 이 같은 일을 한다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VR 디자인 품평장 내 설치된 36개의 모션캡처 센서가 가상을 현실처럼 느끼게 해준다”며 “이 센서는 VR 장비를 착용한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1mm 단위로 정밀하게 감지해 평가자가 가상의 환경 속에서 정확하게 디자인을 평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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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의 가상현실(VR)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 [사진=현대·기아자동차 제공]
이어 방문한 곳은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6월 구축한 VR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실이다. 시제작 차량의 3차원 설계 데이터로 디지털 차량을 만들어 가상의 환경에서 안전성, 품질, 조작성 등 설계 품질을 검증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오락실 자동차게임의 탑승석처럼 만들어진 제작물에 올라 VR HMD를 착용하고 K5를 운전해봤다. 고속도로, 경사로, 터널 등 다양한 가상 환경 주행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기존에도 디지털 차량 평가는 일부 진행됐지만 큰 화면을 통해 2차원(2D) 환경에서 주행 화면을 보는 것에 불과해 실제 차량의 성능을 정밀하게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새로운 시스템은 정확한 설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자동차와 100% 일치하는 가상의 3차원(3D) 디지털 자동차를 구현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개발하는 모든 신차에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현실화되면 신차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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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의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활용 예상 이미지. [사진=현대·기아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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