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 금지문서인 투표용지가 사전 유출돼 특정 후보자에 기표한 '샘플' 상태로 조합원들에게 배포됐던 것이다. 노 조합장은 이런 정황에 대해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노 조합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이 가지고 있는 반포주공 3주구의 시공사 지위 취소를 공약하고 당선됐다.
이에 따라 시공사 선정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온 이 단지의 재건축 사업추진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3일 현대산업개발 시공권 박탈 여부와 관련된 조합원 찬반투표가 예정된 시점인 만큼 고발장은 빠른 시일 내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확보한 문서와 제보자 증언에 따르면 현 조합 집행부 측은 지난 10월 초 3쪽 분량의 투표용지를 선거관리위원회 또는 인쇄소에서 빼돌려 특정 후보자에 기표한 후 조합원에게 '샘플'로 배포했다.
샘플과 함께 첨부한 문서에는 "삼성을 비롯한 최고의 건설사들이 기다립니다. 'NO! 현산 YES! 경쟁입찰'을 원하시면 동봉된 '서면결의서 샘플'과 동일하게 선택해 주십시오"라는 문구가 있었다.
기표된 후보자는 모두 노 후보자 측 인물로 전해졌다. 이는 조합장뿐만 아니라 이사회와 대의원회의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자 필요했던 조치로 풀이된다.
우선, 비대위는 "견본 사용금지"라고 표시된 투표지 원본을 조합이 다량 복사해 기표했으므로 정당한 권한이 없는 자가 타인 명의의 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문서위조'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전체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당시 노 후보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됐고, 선관위가 업무를 소홀히 했으므로 '업무상 배임'이라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부정한 방법으로 조합원 자격 또는 조합의 임직원을 취득했기 때문에 도시정비법도 위반한 것으로 해석했다.
노 조합장은 이런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고 나와는 관계없다"고만 답변했을 뿐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제보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7일 일부 조합원의 항의 면담에서 노 조합장과 일부 이사는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원은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며 "정부가 비리사업을 척결하고자 한다면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만 말고 적극적인 행정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2기 집행부인 최흥기 조합장이 현대산업개발 시공사 지위를 취소하는 과정에서 사문서위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돼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행정조치가 없었던 사실에 대한 불만이다.
비리로 재판부 판결을 기다리는 와중에 새 집행부 선거에서 또 다른 비리가 생기는 악순환을 정부가 끊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3주구 조합원은 "재판을 기다리다가 안 들키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자꾸 비리가 생기고 있다"며 "각종 비리로 입맛에 맞는 시공사를 선정하려고 하면서 피해는 조합원들이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노사신 조합장은 지난 10월 29일 열린 3기 집행부 선거에서 조합원 1232명 중 680명의 표를 받아 선출됐다.
사업비 8087억원 규모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은 서초구 반포동 1109 일대 1490가구를 지하 3층~지상 35층, 17개 동 2091가구 규모의 아파트로 짓는 사업이다.
[반론보도]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장 선거 관련
지난 12월 18일자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장 선거 불법 정황 포착…"샘플대로 투표해달라"' 및 지난 12월 24일자 '정비사업 비리 척결한다던 서울시, 반포3주구 불법에는 팔짱' 제목의 기사와 관련해 반포아파트(제3주구)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측은 "홍보물에 '견본사용 금지'라는 문구를 표시해 실제 투표용지로 오인되지 않도록 했고, 선거와 관련해 투표현장에 서초구청이 입회하였으며, 서면결의서를 서초구청 주거개선과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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