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스페셜 칼럼] 세계경제 회복세 '성장'의 파도를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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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입력 2019-12-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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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고,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는 법이다. 트렌드를 이해하는 자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2019년을 뒤로하고, 2020년을 맞이하는 시점이다. 2020년 한 해 동안에는 우리 앞에 어떠한 기회와 위협이 있을지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준비된 자만이 위협을 극복할 수 있다.

트렌드는 마치 거대한 파도와 같다. 파도는 일개 개인이 혹은 일개 기업이 거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파도는 막아서는 것이 아니라 잘 타야 하는 것이다. 2020년 글로벌 경제에 어떠한 트렌드들이 있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이 글에 담아본다.

글로벌 경제 5대 트렌드
첫 번째 글로벌 경제 트렌드는 바로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다. 2020년 세계 주요국들은 2019년의 경기저점에서 벗어나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해 나갈 전망이다. 먼저, 미국은 2019년 하반기 3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2020년에는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추가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에 이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전환해 나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2019년 8월과 9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Loan Prime Rate)’를 낮춰 잡았다. ECB(유럽중앙은행)와 BOJ(일본은행)는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도입했다. 신흥국들도 도미노 대열에 동참했다. 홍콩, 브라질,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터키 등 수많은 신흥국들이 줄줄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2019년 하반기에 통화정책 기조가 본격적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면, 2020년에는 세계적으로 상당기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 완화를 꼽을 수 있다. 2018년 본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은 마치 핵폭탄처럼 떨어져 세계경제를 불안에 떨게 만들었지만, 2019년, 2020년 장기화 되면서 불확실성(uncertainty)이 완화되어 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될 것이라고 믿으면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의 2020년 달력에는 제 46대 미국 대선이 있다(2020년 11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압박하는 모습을 취하는 듯하면서 미국 경제를 챙겨갈 것이기 때문에, 2020년의 미·중 무역갈등이 종전보다 격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의 심리를 위축시켰던 요인이 완화됨에 따라, 주요국들의 투자가 진작되고, 무역도 큰 폭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 번째 경제 트렌드는 중국 발 경제위기 가능성이다. 중국 발 경제위기 ‘정말’ 오는가? 중국 경제가 위기에 처한다면 ‘회색코뿔소(grey rhino)'라고 불릴 만큼, 그 영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실제, 중국의 실물지표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중국을 이탈해 주변 신흥국들로 옮겨가고 있다. IMF는 2020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5.8%로 전망했고, 이는 역사상 처음으로 6%를 밑도는 숫자다. 그러나 회색코뿔소 이야기는 필자가 연구자 커리어를 시작하면서부터 들었고, 중국 부동산 시장 버블과 기업 및 정부 부채 문제가 매년 한 번도 끊이지 않아 왔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중국경제는 사실상 급격한 추락이나 위기에 비유될 수 없고, ’구조적 성장률 둔화‘라고 판단된다.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완만하게 경제성장률이 둔화되어 온 것이다. 중국 경제가 단기간 내에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중국 경기하방 압력이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이슈는 ‘반등신흥국(Rebounding Emerging)’이다. 필자가 <한 권으로 먼저 보는 2020년 경제전망>을 통해 제시한, 2020년 경제의 주요한 이슈로 꼽은 표현이기도 하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2019년 3.0% 수준에서 2020년 3.4%로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MF는 중국, 유로존, 미국, 일본을 ‘G4’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하면서 분류했는데, 이들의 하락세가 뚜렷한 반면 신흥개도국들의 반등이 세계경제의 회복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들의 반등세가 뚜렷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2018년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함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이 신흥국들로부터 급격히 이탈하면서 위기 상황을 맞았으나, 세계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경기회복 국면이 시작되는 양상이다. 더욱이, 해외직접투자가 아시아 신흥국들로 집중되고, 중국을 상징하던 ‘세계의 공장’이 이동하면서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미-EU 무역갈등은 2020년 세계경제의 주요한 트렌드로 부상할 전망이다. 유럽에서 논의 되어온 ‘디지털세’는 2020년의 새로운 무역전쟁을 암시하고 있다. 2019년 7월 프랑스 상원은 글로벌 IT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최종적으로 통과시키면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대기업에 디지털세 부과를 법제화한 것이다. 더욱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터키 등의 다른 유럽 국가들도 디지털세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대해 조사를 착수했고, 지난 2일 보복 관세나 무역 제한 조치 등의 보복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새로운 무역전쟁의 예고편이 되고 있고, 글로벌 IT 서비스 및 제조사들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이슈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 환경의 대전환과 경제 주체의 대응

글로벌 경제의 주요한 트렌드에 맞는 각각의 전략들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주요국들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기조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인하 혹은 동결하는 결정을 내릴 때마다 환율, 주가, 국제유가 등의 거시경제 변수들이 급등락할 것이다. 둘째,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현안이 격화되고 완화되는 흐름을 판단해야 한다. 갈등이 다소 완화되는 기조 속에서 기업들의 심리회복이 어떤 분야의 투자로 집중되는지도 예의 주시해야 할 영역이 된다. 셋째, 중국의 구조적 경기 둔화 흐름 속에서 공급사슬 및 시장개척이라는 측면에서 기업들이 새 판을 짜야할 시점이다. 넷째, 한국은 반등 신흥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 어차피 대외의존도가 높을 것이라면 침체되고 갈등이 많은 국가가 아닌, 부상하는 신흥국에 제조와 시장을 의존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다섯째, 디지털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어 감에 따라 나타날 세계 경제 혹은 국내 주요 산업에 줄 위협들을 진단하고, 기회들을 포착해야 한다.

2020년 세계경제는 완만한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경제주체들은 다양한 면에서 대전환점, 즉 새로운 경제환경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는 거대한 파도와 같다. 일개 주체가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2020년의 주요한 글로벌 경제 트렌드를 이해하고, 이에 걸맞은 파도타기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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