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 가스관 사업 제재'에 러시아·유럽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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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12-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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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제재에 러시아 가스관 구축 사업 잠정 중단

  • 러시아 "美, 자국 이익 위해 나토 동맹 무시" 맹비난

  • 독일 "심각한 내정 간섭...미국 제재에 단호히 거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까지 곧장 실어나르는 대규모 가스관 구축 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유럽도 반발하면서 미국의 제재가 대서양 동맹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서명한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는 러시아 해저 가스관 구축 프로젝트 '노르트스트림2'와 '투르크스트림'에 참여하는 사업체와 개인에 재산 동결과 미국 입국금지 등의 제재를 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직접 수송하는 105억 달러(약 12조2000억원) 규모의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다. 기존 노르트스트림과 달리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곧장 독일로 연결된다. '투르크스트림'은 러시아 흑해 연안 아나파에서 터키·그리스 국경까지 이어지는 가스관 사업이다.

특히 노르트스트림2 사업에는 러시아 기업은 물론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기업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들 모두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면서 노르트스트림2 사업은 중단 위기에 몰렸다. 가스관 건설을 맡은 스위스 올시그룹(Allseas Group)은 트럼프 대통령 서명 후 몇 시간 만에 수송관 건설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에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21일 성명을 내고 "미국이 유럽 동맹국으로부터 러시아산 가스라는 안정적인 에너지를 박탈하고, 미국의 액화 가스를 유럽에 강요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산 액화가스는)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들여오는 것보다 훨씬 비쌀 뿐 아니라 유럽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유럽인들에게 손해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정학적 야망과 상업적 이익을 위해 가장 가까운 나토 동맹조차 고려하지 않는다"고도 비판했다. 

미국의 제재로 가스관 건설이 차질을 빚으면서 안 그래도 삐걱거리던 미국과 독일의 관계는 더 얼어붙을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 삼고 방위 분담금 증액을 거세게 압박하면서 미국과 독일 관계는 악화하고 있다.

노르트스트림2를 기반으로 유럽 가스 수출 허브로 도약할 계획이던 독일은 미국 제재를 내정 간섭이라고 부르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공영방송 ARD 인터뷰에서 "이 같은 제재는 독일과 유럽의 내정과 주권에 대한 심각한 간섭"이라면서 "우리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대변인도 미국의 조치가 EU 기업들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EU는 합법적인 사업을 하는 역내 기업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유럽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미국은 이 가스관 사업이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높이고 러시아에 경제적 이익이 돌아간다면서 반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최대인 독일 경제가 러시아의 '인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U는 천연가스 80%를 수입하는데, 이 가운데 40%가 러시아산이다.

일부 외교 관측통들 사이에선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2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고립시키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르트스트림2는 우크라이나를 통하지 않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받던 수십억 달러 규모의 통행료 수입이 사라지는 것이므로 러시아와 정치·군사적으로 대치하던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약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번 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기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사용 계약을 연장함으로써 이 부분에 대한 우려는 다소 진정됐다고 FT는 전했다.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운송 계약은 당초 이달 말로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양국은 이 계약을 5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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