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사무장병원’ 건보재정만 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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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19-12-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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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무장병원으로 흘러간 금액 누적 3조원

[사진=황재희 산업2부 기자]

‘사무장병원’으로 연간 수천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줄줄 새고 있지만, 출구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기준 누적 3조원 이상이 사무장병원으로 흘러갔으나, 전문가 간 이견이 심해 해결이 어려운 상태다.

사무장병원은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사 면허를 빌려 수익을 목적으로 병원을 개설‧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환자 치료 목적보다는 이익을 위해 설립돼 환자 안전이나 건강권을 크게 위협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화재로 인명피해가 났던 밀양 요양병원 사건 역시 사무장병원으로 드러난 바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사무장병원 적발 건수는 매해 100여건 이상이다. 2011년 158개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됐으나, 이듬해 172개로 늘어났다. 이후 비슷한 수준을 보이다 2016년 227개, 2017년 234개까지 늘었고, 지난해에는 146개로 소폭 줄었다.

정부는 전국에 700여개가 넘는 사무장병원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제도의 한계로 인해 적발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부당청구액 징수율은 6% 이하로, 환수 역시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사무장병원이 의심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 사무장병원인지 확인하기까지 평균 11개월이 걸린다. 그 사이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던 이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부당하게 타낸 비용을 은닉해 환수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직접 사무장병원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한 ‘특별사법경찰’ 제도가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0명의 의원을 비롯한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내용을 담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올해 정기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각종 법안에서 순서가 밀리면서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기에는 전문가 단체의 입김이 세게 작용하면서 여야 간 의견차이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특사경 제도에 적극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특사경 제도가 공단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며, 의료인의 진료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우려에 따라 특별사법경찰 지정을 건보공단 이사장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고,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에 한해서만 조사하도록 철저한 테두리를 마련하는 등의 내용으로 수정했으나, 의협은 여전히 강경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특사경이 도입되면 수사기간을 3개월로 단축시키고,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재정지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날로 악화되고 있으며, 3년 내 적자구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줄줄 새는 건강보험 재정을 막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특사경 제도라면 제도를 시행하고, 그 안에서 보완책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특정 단체의 반대로 인해 국민의 소중한 보험료가 눈먼 돈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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