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더 세진 12·16 대책 '통했다'..."매수 문의 실종·호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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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9-12-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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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잠실 인근 고급단지서 1~2억원 호가 낮춘 매물 등장 움직임

  • 가격 낮춰도 살 사람 없어...부동산만 거래절벽으로 꽁꽁

  • 시한부 정책, 상승 억제 효과는 일시적...전세 상승장은 집값 호재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인근 상가의 부동산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들이 게시돼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 고가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 구매 시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대책 발표 후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 전주와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서초구 반포동 A공인개소)

"매매 호가는 대체로 변화가 없지만 일부 급매는 1억원 가까이 떨어진 물건도 있다. 시장은 확실히 얼어붙었다."(송파구 잠실 인근 B공인중개소)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부동산 정책 가운데 '끝판왕'으로 불리는 12·16 대책이 나오고 첫 주말을 맞은 21~22일, 서울 강남·송파구의 주요 공인중개업소는 대체로 한산한 표정이었다. 시세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대출 금지로 인해 강남에 내집을 마련하려던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이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중개업자들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갭 메우기를 통한 갈아타기 수요자들로 인해 정신 없이 보내던 분위기가 불과 일주일 만에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가족간 증여(차용증 작성)로 대출을 끌어모으고도 마지막 1억원을 구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정책 약발 통했다···매수세 사라지고 호가 낮아져

12·16 대책 이후 서울 강남과 잠실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는 매수세가 주춤해지면서 주변보다 가격을 낮춘 매물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실제 강남 일대 부동산에서는 대책 발표일을 기점으로 시세보다 1억원 이상 가격을 낮춘 급매 물건이 다수 눈에 띄었고, 잠실 고급단지들도 일주일보다 호가가 2000만~5000만원 낮아진 매물이 나왔다.

이날 찾은 서초구 반포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직전인 지난주까지만 해도 매수 문의가 활발했는데 예상보다 강한 대책이 나오면서 문의가 뚝 끊겼다"며 "대출길이 막히면서 이번주에만 매수를 포기하는 사례가 2건이나 생기는 등 일주일 새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10월 34억원에 거래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대책 발표 이후 29억9000만원에 매매됐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는 전용 49.63㎡ 매물이 17억4000만원에 거래돼 지난 9월보다 2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고,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경남2차 전용 182.2㎡도 26억원에 거래돼 2개월 전(25억7000만원)과 비교해 상승폭이 둔화됐다.

송파구는 최근까지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상승세를 주도하던 잠실동 엘스아파트에서 대책 이후 2000만~3000만원가량 호가를 낮춘 매물이 발견되고 있다. 잠실 리센츠아파트도 시세보다 1억~2억원 이상 저렴한 급매가 등장했다. 그러나 매수 문의는 없는 상태다. 지난주까지 호가가 거침없이 올랐던 잠실주공5단지도 상승세가 주춤해진 모습이다.

현지 J중개업소 관계자는 "급매가 몇 개 나왔는데 지난주보다 호가가 5000만원~1억원 더 낮아졌다"며 "잠실의 경우 최근 2년간 인상폭이 30% 이상에 육박할 정도로 폭등했고, 한번 조정장이 오겠다 싶었는데 지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S중개업소 관계자도 "지난주만 해도 값이 오르니까 팔겠다는 사람이 꽤 됐는데 대책 발표 이후 물건을 다 거둬들였다"면서 "팔겠다는 사람도 없지만 가격을 낮춰 내놔도 살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상 3월 새학기를 앞두고 전세 끼고 오려는 손님들로 바빠야 하는데 지금 보다시피 (손님이) 한 명도 없다"며 "대책 발표 이후 실입주하려는 사람들도 비상이지만 부동산들도 거래절벽으로 죽을상"이라고 말했다.

인근 D중개업소 관계자도 "분위기가 워낙 안 좋아 지금은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조금 더 많다"면서 "방문 상담은 없고 지방에서 전화문의만 하루 2~3건 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승장이 멈추고 당분간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라며 "오히려 지금이 매수할 적기로 보고 움직이는 세력도 있다"고 말했다.

◆"브레이크 일시적일 것···전셋값 상승은 집값 상승 신호"

중개업자들은 이번 대책이 초강력 규제라는 것에 동의하면서 집값 상승에 확실하게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시한부 정책 성격이 짙은 만큼 집값 상승 억제 효과는 일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일시적 브레이크는 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상향 상승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은 일단 사면 오른다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규제로 방어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면 당분간 하락할 수 있겠지만 보상 심리가 있기 때문에 2~3년 뒤 한꺼번에 가격이 오르면 시장에 미칠 부작용이 더 크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 일대는 학군 수요 때문에 넘어올 사람은 어떻게든 유입이 된다"면서 "전세 비율이 늘어나고 전셋값이 오른다는 건 집값 상승의 강한 시그널이기 때문에 결국 강남은 전셋값과 집값이 같이 오를 것"이라는 중개업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1억~2억원 낮춘 매물이 나왔지만 그동안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에 매도자 입장에서는 손해볼 게 없다"면서 "매도자들은 가격이 떨어지면 물건을 거두면 되기 때문에 예전만큼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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