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선 일본이 내놓은 수출규제 일부 완화 조치에서 더 나아가 규제시행 전 상태로 원상복구시켜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얼마나 관철될지가 핵심이다.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조건부 연장 문제와 강제징용 해법 문제가 얽혀 있어, 이번 정상회담 결과가 향후 한·일관계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6일 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에서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했고,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20일 한국에 수출되는 반도체 소재인 포토레지스트를 개별 허가에서 특정 포괄허가 대상으로 변경하는 포괄허가 취급요령 일부 개정령을 공시했다.
일본 정부의 이번 수출규제 일부 완화를 두고 산업부 내에서는 이번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도 조금씩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기 전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규제 완화는) 자발적인 조치이고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된다"면서도 "수출통제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미흡하다고 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하기 전인 7월 이전 상태로 완전히 원상복구시키는 것을 전제로, ‘조건부 종료 연기’를 해둔 지소미아의 연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라는 점에서 향후 한·일 간 대화에서 일본이 이 문제를 이슈화한다면 한·일관계 복원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일반 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 허가 대상으로 바꾸겠다고 규제안을 발표한 뒤 7월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어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 대상인 화이트 리스트(그룹A)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도 개정해 8월 28일부터 시행했다.
다만, 한·일 정상회의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현재의 꼬인 문제를 풀고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유화 조치를 했다는 데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성 장관도 "7월 1일 이전으로 회복하기 위해 (일본과) 적극적으로 대화할 것"이라며 "진전이 있길 기대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성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장과 만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3국의 통상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