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만 한가득... 여론전으로 넘어간 '정경심 재판'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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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19-12-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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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을 심리하고 있는 형사25부 송인권 부장판사에 대한 고발이 재차 이뤄졌다. 앞서 시민단체는 "공소장 변경을 불허 했다"며 1차 고발을 한데 이어 "공판조서에 '소송 관계인은 별다른 의견 없음'이라고 기재됐다"며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송 부장판사를 재차 고발했다.

특히 이들은 재판을 맡고 있는 송 부장판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극에 달했다며 고발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재판 과정에서 불신이 극에 달할만큼 잘못 진행되고 있을까. 특히 검찰의 추가기소를 두고 '이중기소'라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조 전 장관 가족과 관련된 재판은 사법의 영역이 아닌 검찰 수사 당시와 같은 여론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의 발언들이 나온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정 교수의 재판과정을 되짚어봤다.
 

[사진=연합뉴스]



◆ "보석 검토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 나왔을까?

송인권 부장판사의 "보석 검토할 수 밖에 없습니다"라는 발언을 두고 진영논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재판의 결과를 정해놓고 재판을 진행한다'는 주장부터 '합리적인 재판진행'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송 부장판사의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서 두달 전 첫 재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18일 사문서위조 혐의 정 교수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은 수사기록의 열람·등사와 관련된 논의만 진행된 채 15분도 안 돼 종료됐다. 당시 재판부는 "목록을 보면 진술조서가 다 ABCD로 돼 있다"며 "이게 목록 제공의 의미가 있나"라고 꼬집었다.

쉽게 말해 공판준비기일은 검찰과 변호인이 증거와 진술조서 등을 두고 재판 진행을 상의하는 자리다. 하지만 변호인이 증거목록을 전혀 확인할 수 상태로 진행되자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을 한 재판부가 이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당시 재판장은 형사합의29부 강성수 부장판사였다.

열람등사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의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정 교수의 재판이나 5촌 조카의 재판 등에서 뚜렷한 사유 없이 열람등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불법의 소지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라 나왔다.

그로부터 2달이 지난 지난 19일 진행된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까지 정 교수 측은 여전히 열람등사를 끝마치지 못했다.

이날 재판에 앞서 검찰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가 소송 지휘를 한 데 대한 이의를 표시하는 내용이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부의 예단이나 중립성을 지적한 부분은, 그런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계기로 재판부 중립에 대해 되돌아보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문제 삼은 송 부장판사의 발언은 지난 10일 진행된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나왔다. 당시 열람등사를 마쳤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정 교수 측 변호인은 "검찰이 개인정보 등사를 허가 하고 있지만 검찰 방침에 따라 (우리 직원이) 개인정보를 지우고 다시 등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시간을 지체하고 있는 건 아닌데 일주일 이상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개인정보를 가리는 건 검찰이 해야하는 것인데 왜 변호인 측이 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재판부는 "애초 구속여부를 이야기할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피고인 측에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늦어지면 안된다.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신속히 준비해서 열람등사를 '직전 기일'까지 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다음 공판준비기일도 변호인은 열람·등사를 마치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검사님. 이번주까지 하세요 (추가기소가 된 이후) 한달이 지났습니다. 기소가 언제됐습니까. 오늘이 며칠입니까 한달지났어요 한달을 그대로 보냈네요"라며 힐난했다.

아울러 "한 달이 지났는데 공판준비기일도 제대로 진행못하면 어떡하는가"라며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복사가 늦어지면 어쩔 수 없이 보석청구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 교수에 대한 첫 재판이 시작된 지 2달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열람·등사가 진행되지 않은 절차적 문제에 대한 재판부의 지적은 되려 진영논리로 오해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김태현 기자]



◆ 공소장 변경 불허... 스스로 공소사실 다르다 인정한 검찰

"검사님은 한 번도 검사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한 적 없으십니까. 재판부 지시 따르세요. 계속 이럴 거면 퇴정 요청할 겁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송인권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측이 공소장 변경 불허에 반발하자 재판부가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은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 지 그날의 법정 기록을 되짚어봤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는 ‘사문서 위조’ 관련 증거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간 공방이 오갔다.

검찰은 “2012년 9월 17일 단일 사실, 일시, 장소, 동기, 방법, 부수적 사실만을 구체화해 변경신청을 했다”며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동일한 기본적 사실에 대해 두 개 공판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피고인 방어권에 반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동기·일시·장소·태양·공범까지 전부다르다는 부분을 표로 정리해 제출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 측은 이 부분에 대해 “전부 다르다는 부분 검찰도 인정하시는 바”라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인은 “기본적으로 형사사건이란 역사적사건에 기초해 규범적으로 판단한 사실이 동일한지 검토해 봐야 공소사실 동일성 판단이 가능하다”며 “공소 사실에 비춰보면 두 개서면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소장변경 전에 나온 위조문서와 후에 나온 위조문서가 다르고 공소장에 나온 서면에 행사되는 곳, 목적, 동기가 다르다. 역사적으로도 별개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또 “만약 가정해서 공소 사실 변경 형태가 아니고 ab로 기소가 됐다고 할때 증거가 두개면 두개 다 유죄판결이 날 것”이라며 “너무나 간단한 것에 검사님이 거꾸로 이야기하는 것이고, 공소장 변경에 대한 형사소송법원칙에 반한다”고 설명햇다.

이 과정에서 송 부장판사는 배석판사들과 잠시 논의한 이후 1·2차 공소장을 스크린에 띄워놓고 논의를 이어갔다.

앞서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 검찰이 제출한 첫 공소장에는 '2012년 9월 7일, 신원불상의 사람과 동양대에서 표창장 문안을 만든 이후 직인 날인' 등의 사실이 기재됐다.

하지만 추가 공소장에는 '2013년 2월, 딸 조모양과 서울 서초구 피고인 주거지에서 워드로 삽입 직인을 캡처해 오려내 위조' 등의 내용으로 변경돼 기재됐다는 것이 재판부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에 의하면 일부 동일한 사실이 인정되지만 공범, 범행, 일시, 장소, 행사목적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하나정도라도 동일하다면 인정하겠지만 사실이 모두 중대히 변경된 이상 공소장 동일성 인정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이후 “하나라도 인정된다면”이라는 재판부의 말을 두고 검찰이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자 재판부는 “검사님”을 여러차례 부르며 제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측에서 계속해서 이의를 제기하자 재판부는 “검찰 측이 스스로 원래 공소사실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변경했다고 말했다”며 "전반적으로 사실이 틀리다"라고 공소장변경 불허 취지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검사님은 한 번도 검사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한 적 없으십니까. 재판부 지시 따르세요. 계속 이럴 거면 퇴정 요청할 겁니다"라는 발언도 했다.

검찰이 스스로 공소사실이 다름을 인정했지만 이와는 반대되는 이의제기를 했고,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사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한 적 없냐"고 에둘러 표현하며 공판조서에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기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공판 조서에 이 같은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음을 지적했고, 재판부는 "수정하겠다"라고 밝혔다.

재판을 마친 뒤 변호인은 "오늘 재판 진행에 대해 검사들이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 변호사로서 대단히 충격을 받았다"며 "이것이 우리 사법 현실을 보여주는 한 현장"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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