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23일 내년 2월 중으로 실검 서비스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실검은 그동안 재난이나 속보와 같은, 이용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했으나 최근에는 이 같은 사회문제를 오히려 증폭하는 역할로 변질됐다는 것이 카카오의 설명이다.
여민수,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실검은 이용자들의 자연스러운 관심과 사회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실검은 결과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돼버렸다”며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활용되는 실검은 카카오의 철학과 맞지 않기에 이를 종료하고, 본연의 취지와 순기능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실검의 부작용을 막는 뉴스·검색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에 앞서 이날부터 다음과 카카오샵(#)탭에서 제공하는 인물 관련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하고, 서제스트 기능을 개편한다.
서제스트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자동완성 형태로 검색어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카카오를 치면 ‘카카오톡’, ‘카카오 내비’ 같은 단어가 하단에 나오는 식이다. 여기에도 특정 인물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단어나 표현은 제외히고 인물의 공식 프로필, 정보성 키워드만 나오도록 했다.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돼 있지 않은 인물에 대한 관련 검색어가 발생하면 다음 고객센터를 통해 삭제를 신청할 수 있다.
카카오는 지난 10월 다음 연예 뉴스의 댓글을 폐지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당시에도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카카오는 연예 뉴스 댓글 폐지에 이어 인물 연관 검색어 서비스와 실검 서비스를 폐지하면 페이지뷰와 이용자 체류시간,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가 이 같은 조치를 단행한 근본적인 이유는 내년 4월 총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 대표는 실검을 폐지하라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요청에 "선거관리위원회,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와 같은 유관기관과 논의하고 사회적인 합의가 된다면 (실검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카카오가 실검 폐지를 발표한 날, 자유한국당은 네이버도 실검을 폐지하라고 압박했다. 박대출 의원은 “실검은 도입 취지와 다르게 변질됐다. 여론조작을 위한 첫 단추가 돼버렸다”며 “(카카오의 결정은) 만시지탄이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카카오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는 네이버 차례다. 네이버도 다음 뒤에 숨지 말고 총선 전에 여론조작 오명을 떨쳐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도 이 같은 정치권의 요구를 의식해 실검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용자들이 실검에서 ‘초성퀴즈’, ‘행운퀴즈’와 같은 상업성 키워드의 노출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지난달 초에는 연령대별로 실검이 다르게 나오는 기능도 추가했다. 예를 들어 20대인 A사용자에게는 ‘20대’가 많이 찾은 검색어 차트가 먼저 보이고, 40대인 B사용자에게는 ‘40대’ 차트가 먼저 보이는 식이다.
네이버도 이 같은 정치권의 요구를 의식해 실검 서비스의 점진적 개편에 나서고 있다. 다만 실검이 이용자에게 주는 혜택도 큰 만큼 폐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실검은 정보제공 측면에서 이용자에게 매우 가치 있는 서비스”라며 “폐지하기보다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을 통해 역기능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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