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부활했지만 제도권 벽 넘지못한 '영욕의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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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서대웅 기자
입력 2019-12-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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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경제가 뽑은 블록체인·암호화폐 10대 뉴스

  • 비트코인, 미중 무역분쟁 속 대체 투자수단 부상

  • FATF, 암호화폐거래소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


영욕(榮辱).

2019년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다. 올 1월만 하더라도 2019년이 블록체인 대중화 원년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제도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다.

업계는 여전히 횡보, 혹은 뒷걸음치고 있지만 내년에는 전세계를 흔드는 '혁신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019년 블록체인·암호화폐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 출시 박차

올해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단연 페이스북의 '리브라'였다. 페이스북은 지난 6월 리브라 백서를 공개하고 내년 상반기 중 스테이블코인 리브라 발행을 추진 중에 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자회사를 통해 리브라 전용 전자지갑을 개발하고 송금, 결제 등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미국정부와 중앙은행의 반발은 리브라 발행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G7(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협의처는 지난 10월 리브라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이 규제 측면에서 안전성이 증명될 때까지 발행돼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10월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기 전까진 리브라를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리브라]


◇ 비트코인의 부활…1년 만에 1000만원 돌파

4월까지만 하더라도 600만원 초반에 머물던 비트코인이 5월 들어 1000만원을 돌파했다. 6월말에는 최대 1685만원까지 상승하며 재기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비트코인이 급등한 데는 미·중 무역분쟁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세계 거시 경제가 불안정하고, 금융위기가 거론되면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가 대체 투자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다.

여기에 기관투자자들이 유입되고 6월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발표하면서 대형 IT기업이 시장에 진출했다는 기대감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주춤하던 비트코인은 10월에 다시 한번 출렁였다. 이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블록체인 육성방안이 발표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시 주석은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모임에서 블록체인을 통한 기술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중국 CBDC 발행 준비…글로벌 화폐 패권 경쟁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7월 CBDC 발행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화폐 패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CBDC는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로, 시장에 안착하면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위협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내년 상반기에 중국 선전 등에서 시범 유통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공상은행을 비롯해 4대 국유상업은행과 인터넷 플랫폼, 결제 청산 기관 등으로 우선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록체인 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블록체인 1위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블록체인 굴기'를 발표해 디지털 화폐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파산 '잡음'

올해는 국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과 업비트가 암호화폐를 도난당하며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빗썸은 지난해 약 35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외부 공격에 의해 탈취당한 데 이어 올 3월에는 200억원가량의 암호화폐를 도난 당했다. 업비트에서도 지난달 580억원 규모의 이더리움이 이상 출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거래소의 관리 부실로 파산한 사례도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해킹 탓에 220억원어치의 가상자산을 도난당한 코인빈(옛 유빗·야피존)은 암호화폐가 담긴 지갑에 접근하는 암호키를 잃어버리는 관리 부실로 11월 5일 파산했다.

◇ '세금 사각지대' 없다…비트코인에도 과세

우리나라 정부가 지난 8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거래에도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자산 소득세 과세 방침을 정하고 내년 세법 개정안에 구체적인 과세 방안을 담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 아래 가상자산 관련 과세 방안을 계속 논의해왔고, 내년 세법개정안에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특금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더라도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과세 방식을 검토하는 중이다.

다만, 과세를 위해서는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법인세를 제외한 대부분의 세금은 열거주의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로 얻은 소득을 세법상 소득범위 안에 추가해야 과세가 가능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FATF 권고안 발표…변화 물꼬 틀까

국제 암호화폐 시장이 감독당국의 규제를 받게 됐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 6월 미국 올랜도에서 개최된 정기 총회에서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해 각국이 지켜야 할 국제 기준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금융회사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AMS) 의무가 부과된다. 기존 금융회사처럼 고객 확인, 의심거래 보고 등을 이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거래소는 감독당국에 허가를 받거나 신고·등록을 해야 영업이 가능해진다. 감독당국은 범죄자의 암호화폐 진입을 차단하고 미신고된 거래소를 제재할 수 있다.

이번 FATF의 권고안은 암호화폐 시장을 이용한 자금 세탁, 테러자금 이동 등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각국은 FATF 권고안을 내년 6월까지 마련, 시행해야 한다.

◇ 백트, 비트코인 선물 출시…제도권 도약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선보인 비트코인 선물거래소 백트(Bakkt)가 지난 9월 본격적인 거래를 시행했다. 뉴욕주 금융감독청(NYDFS)의 승인을 받음으로써 비트코인 거래가 제도권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비트코인 선물거래 서비스를 통해 기관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등 암호화폐 기반의 파생상품 출시도 잇따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백트의 거래량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거래 첫날 비트코인 선물거래량이 70여건에 그쳤고, 비트코인에 실망하는 매물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백트가 "서비스 출시 타이밍을 놓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판 커진 블록체인 발목 잡는 특금법 '진통'

FATF의 권고안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도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특금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개정안에 FATF 권고보다 강한 규제가 담기면서 갑론을박이 오갔다. 특히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할 경우 직권말소, 즉 영업을 취소시킬 수 있다는 조항이 쟁점이 됐다.

계좌를 개설하는 주체가 은행인 탓에 영업 신고 수리 여부 '열쇠'를 사실상 은행이 가지고 있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블록체인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국회는 실명계좌 발급 의무 조항을 법률에 두기로 했다. 다만 은행이 권한을 오·남용하지 못하도록 시행령에서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기로 했다. 특금법 개정안은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국회가 파행되며 아직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 뜨거운 이슈, DID…실제 활용도는

올해는 통신사 및 핀테크 회사를 중심으로 디지털 ID(DID) 구축 바람이 불었다. DID란 신분증 없이 본인 인증이 가능한 개인용 전자인증서다.

주요 시중은행이 DID 사업에 참여하면서 '판'이 커졌다. 현재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이 SK텔레콤이 주도하는 '모바일 전자증명 공동 사업' 컨소시엄인 '이니셜'에, 아이콘루프가 주도하는 '마이 ID' 사업에는 신한은행이 참여한 상태다.

이들 컨소시엄은 이르면 내년 DID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재직증명서 등의 각종 서류를 모바일로 제출할 수 있고, 위변조가 불가능햔 VIP 고객의 증명서도 제휴처에 전달할 수 있게 된다. 한 번의 본인인증 과정을 거치면 이후에는 별도의 실명확인 없이 비대면 계좌개설도 가능해진다.

◇ JP모건도 뛰어들었다…자체 암호화폐 발행

세계적 은행인 JP모건은 지난 2월 미국 은행 최초로 자체 암호화폐인 'JPM코인'을 시범 발행하기 시작했다.

기업과 은행 등 기관 투자자용 스테이블 코인인 JPM코인은 대규모 거래 고객 간 거래지불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를 위해 JP모건은 지난 2017년 은행 간 정보망(IIN)을 구축했다. 국내에서는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산업은행 등이 IIN에 참여한 상태다.

JP모건이 자체 암호화폐 발행 사업에 뛰어들면서 다른 글로벌 은행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편, JP모건은 연내 JPM코인을 정식 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발행 계획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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