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땅꺼짐에 '남침 땅굴' 가짜뉴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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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경 기자
입력 2019-12-2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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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방부 "근거 없는 사실”…수년전부터 비슷한 내용 동영상 올리며 불안감 부추겨

일산에서 '땅 꺼짐' 사고가 또 일어나자 온라인에서는 '일산에 북한이 남침을 위해 파둔 땅굴이 있기 때문'이라는 '땅굴 괴담' 가짜 뉴스가 유튜브를 중심으로 또다시 퍼지고 있다.

23일 유튜브에는 '북한은 남침 준비 중'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서는 일산 고양시 동구 백석동에서 땅 꺼짐 사고가 발생한 것은 북한이 남침하기 위해 일산에 땅굴을 파놓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영상은 지난 2017년에도 500m가 떨어진 거리에서 땅 꺼짐 현상이 있었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근방에서 자주 땅 꺼짐이 발생하는 것은 북한의 남침 땅굴이 지표면 가까이에 올라왔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해당 영상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조회수 1만5000회를 넘겼다.
 

땅굴 괴담을 주장하는 유튜버 채널에서 공개한 과거 일산 지역 수맥 측정 모습. [사진 = 유튜브 채널 '남침땅굴탐험대' 캡처]


해당 영상을 올린 '남침땅굴탐험대' 채널의 운영자는 약 4년여 전부터 꾸준하게 남침 땅굴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올린 영상만 330개에 달한다. 각 영상의 길이도 보통 20여 분에서 1시간이 넘기도 한다.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칭하는 이들이 등장해 ‘땅굴’이라고 주장하는 곳을 탐사하거나, 수맥을 측정하는 내용이다.

이들이 땅굴의 징후라고 말하는 대표적인 현상은 땅 꺼짐, 싱크홀 발생이다. 또 ‘지하나 산속에서 굉음이 들렸다’, ‘개가 유난스럽게 자주 짖어대고 개가 땅바닥을 파헤친다’ ‘특정 지역에 수증기가 올라온다’는 등도 남침 땅굴이 존재한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땅굴이 없는 일상에서도 기후나, 다른 문제들로 종종 목격할 수 있는 현상들이다.

문제는 이런 내용이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SNS)와 중·장년층이 모인 카페 등에 공유되며 ‘땅굴 괴담’을 진짜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유튜브 채널뿐만 아니라 비슷한 주장을 하는 영상들도 등장했다. 대부분 영상의 조회수도 1만 회를 넘는다.
 

유튜브에 '남침 땅굴'을 검색하자 나오는 영상들. [사진 = 유튜브 캡처]


땅굴 괴담은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됐다. 한 공군 예비역 장군이 “청와대로 최소 84개의 땅굴망이 인입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는 정부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아 사비로 탐사를 벌이고 있다며 최근까지도 일부 유튜브 방송에서 남침 땅굴 존재를 호소했다. 그와 함께 자칭 '남침 땅굴을 찾는 사람들'은 '서울 일부 지하철역과 북한 땅굴이 연결돼 있어 북한군 특수부대가 언제든지 서울에 침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땅굴에 대한 어떤 징후도 식별되지 않았다”며 "근거 없는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논란이 불거진 지난 2014년엔 수자원공사와 지질자원연구원 등의 자문을 거쳐 검토한 결과 ‘어떤 징후도 식별된 바 없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일산에서 유독 땅 꺼짐 현상이 잦은 것은 모래로 이뤄진 취약한 지반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해당 지역은 이전에 강가였어서 지하가 모래로 이뤄져 있고, 지하수위가 높아 땅 꺼짐이 일어나기 쉽다”며 “취약한 지질에 맞게 토목 공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들이 땅굴이라고 주장하지만, 자연적으로 그런 공간이 생길 수 있다"며 '동굴'을 예로 들었다.

지난 23일 고양시도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지하 3층 아래는 지하 수위와 맞지 않고 토질이 모래 성분이라 그 위에 건물을 지으면 견고하지 않을 수 있다”며 “지하 3층 이하는 원천적으로 터파기를 금지하는 게 옳다. 2~3중 차단벽 설치 등 입증된 공법을 사용할 때만 검증을 거쳐 제한적으로 추가 굴착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1일 오후 2시 20분께 일산 고양시 동구 백석동 알미공원 사거리 신축공사 현장 옆 5개 차로 20~30m 구간이 1m 깊이로 주저앉거나 노면에 군열이 생겼다. 이 일대에서는 지난 2017년에만 4차례나 같은 현상이 발생했어서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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