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는 긴 시간 치료를 해야 합니다. 환자들은 치료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하고, 의료진은 환자의 마음까지 헤아리며 치료할 수 있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 치료로 환자와 의료진이 소통하며 치료하는 환경을 제공할 것입니다.”
김희준 중앙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26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유방암 항암치료 환자관리 모바일 게임 솔루션인 ‘핑크리본’을 활용한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핑크리본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활용한 유방암 환자 관리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유방암 환자들이 의사가 처방한 약을 규칙적으로 투약할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동시에 환자의 심리적인 안정을 돕기 위한 놀이 기능과 채팅 기능을 지원한다.
김 교수는 “유방암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 중 하나로, 치료 기간이 길어 환자들이 치료제를 먹지 않는 등 쉽게 지치는 경우가 많다. 또 고령 환자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매번 항암교육을 시키지만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게임을 활용한 치료법을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앙대병원은 2014년에 핑크리본의 이전 버전인 ‘알라부(I Love Breast)’라는 기능성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다. 이 게임을 경험한 환자들은 일반 항암교육만 받은 환자들에 비해 메스꺼움, 피로감, 손발의 마비 및 탈모, 구내염 등 물리적 부작용 빈도가 감소하고 약물 순응도도 게임을 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앱을 활용한 치료는 단순했다. 우선 유방암 환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와 같은 모바일 게임 속의 아바타를 만든다. 환자는 매일 의사가 준 ‘퀘스트(게임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미션을 잘 수행한 아바타가 호전되는 모습을 환자에게 보여준다.
김 교수는 “임무를 수행한 아바타가 좀 더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환자에게 동기부여가 된다”며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환자도 현실에서 똑같이 약을 먹는 등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의료진과 환자의 소통 확대와 환자의 참여를 높이는 데 방점을 둔 것.
그는 “암 환자들은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물어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진료실이나 치료실 밖에서도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다”며 “모바일 게임 앱에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의료진과 환자가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좀 더 구체적인 현실을 구현, 참여율을 높였다. 예컨대 항암과정에 필요한 생활용품, 가발, 텃밭용 기구 등을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게 했으며, A환자와 B환자가 게임에서 키우는 동물과 만나 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 중앙대병원은 핑크리본 적용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일부 유방암 환자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핑크리본을 내년 상반기 정식 오픈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유방암에서 다른 암으로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 치료하는 것이 목표다. 긴 치료기간 동안 (핑크리본이) 암 환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한편, 의료진과 환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