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로컬발언대] 21세기 오작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의왕) 박재천 기자
입력 2019-12-27 12:4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이재관 경기 의왕소방서 현장대응3단장

[이재관 경기 의왕소방서 현장대응3단장.]

어린 날 마당에 누워 하늘을 수놓은 별을 바라보며 듣던 수많았던 전설과 이야기들은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나이에 지금은 흐려져 잘 보이지 않는 밤하늘의 별처럼 기억 속에서 잊혀졌지만, 그 기억 속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는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이다. 젊은 남녀를 가로막는 은하수에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눈물짓는다는 내용에 내 마음이 동하곤 했다.

야간 출동 중 도로변을 가득 채운 자동차 후미등에 새삼스레 별을 보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퇴근 시간과 겹쳐 마치 은하수처럼 끝도 없이 늘어선 자동차들을 보면서 저 멀리 견우를 기다리는 직녀처럼 애가 타고 있을 신고자 생각에 발만 동동 구른다.

하지만 동화의 마지막은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듯 차츰차츰 소방차 앞을 비켜주는 차량의 모습에 ‘아! 이 길은 오작교 길이구나!’하며 감탄하게 된다.

예전과 달라진 시민의식은 그들 하나하나를 까치로 만든다. 꽉 막힌 도로에서 어떻게든 길을 터주기 위하여 좌우로 밀착하는 차량들 덕분에 소방차량의 골든타임 확보율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고 접수부터 화재현장 도착까지 7분 이내에 도착하는 이른바 ‘7분 도착률’은 불과 3년전 까지만 하더라도 경기도 내 기준 38%대를 보였던 반면, 현재는 47%, 연말까지 50%이상을 목표로 할 만큼 괄목할만한 향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향상은 하루 이틀 새 이뤄진 일이 아니다. 매주 소방관서에서는 관내 중요 대상에 대하여 현장대응훈련을 통한 실전과 같은 훈련을 진행하고, 매달 전통시장과 골목길 등지로 길 터주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소방차량의 노출을 높여 실제 상황에서도 시민들이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방차량의 길을 터줄 수 있게끔 하고 있다.

또한 전통시장 등지에 ‘스마트 화재대응시스템’을 설치해 화재 발생 즉시 소방서로 신고가 접수되어 신속한 출동을 가능하게 하고, 소방차량이 교차로에서 대기 없이 통과할 수 있도록 신호를 제어해 주는 ‘긴급차량 우선제어 시스템’으로 최대 1분가량 출동시간을 단축하는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소방패트롤팀을 운영, 주·정차 금지 구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여 원활한 현장활동을 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이러한 우리들의 노력보다는 한층 성숙한 시민의식이 소방차량 출동시간 단축의 가장 큰 공로자다.

꽉 막힌 도로에서 어떻게든 길을 비켜주고 교차로에서 멈춰서는 시민들, 그리고 소화전 주변에 주차를 하지 않는 습관 등 한 사람 한 사람의 까치들이 모여 아름다운 오작교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린 시절 잊혀지지 않는 동화처럼 오늘날에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