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는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한국 근현대 인물화를 재조명하는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한국 근현대인물화’전을 2020년 3월 1일까지 갤러리현대 신관·본관에서 연다. 이번 전시를 위해 유홍준(미술평론가·명지대 석좌교수), 최열(미술평론가·서울대 강사), 목수현(미술사학자·서울대 강사), 조은정(미술사학자·고려대 초빙 교수), 박명자(현대화랑 회장)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갤러리현대와 자문위원은 수개월간 논의를 거쳐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돌아보고, 당대 시대정신을 구현하며 독창성을 화면에 담아낸 화가 54명· 작품 71점을 최종 출품작으로 선정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191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100여 년에 걸친 한국 근현대 미술 성장과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유 석좌교수는 “인물을 중심으로 하니 100년 미술에 대한 흐름이 더욱 잘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 1부(갤러리현대 본관)에서는 1910년부터 1950년대까지 제작된 한국 근대미술 명작을 만난다. 도쿄예술대학 미술관에 소장된 근대미술 걸작 6점 눈에 띈다. 김관호 누드화 ‘해질녘’과 고희동·김관호·이종우·오지호·김용준(졸업연도순) 자화상이 전시됐다.
평양 능라도를 배경으로 목욕 하는 두 여인 뒷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한국인이 서양화 기법으로 그린 첫 누드화로, 인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고 평가받는다. 조 교수는 “해질녘은 한국인이 그린 최초 누드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독일에 유학한 배운성이 그린 ‘가족도’(1930~35)는 동양인으로 낯선 타국에서 고민한 자신의 정체성을 가족사진과 같은 인물화에 담은 작품이다. 당대 주거와 복식 등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인정되어 등록문화재 제534호로 지정됐다.
6·25 전쟁 이후 제작된 인물화에는 생과 사를 오가며 마주한 냉혹한 현실에 대한 고민이 느껴진다. 소달구지에 가족을 싣고 구름을 가르며 따뜻한 남쪽 나라로 향하는 이중섭이 그린 ‘길 떠나는 가족’(1954)과 전쟁이 지난 자리에서 마주한 아기를 업은 단발머리 소녀를 그린 박수근 ‘길가에서’(1954)에는 이런 고뇌가 잘 녹아있다.
유 석좌교수는 “이당시 작품은 비록 현실의 직접적인 반영은 아니지만, 우리네 삶의 이런저런 모습과 거기서 일어나는 감성의 환기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성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윤은 대표적인 작가다. 그가 그린 ‘애비’(1981)와 ‘할머니’(1983) 등에는 시대상이 담겨있다. 어떤 위험에 마주친 ‘애비’가 아이의 어깨를 오른손으로 감싼 채 보호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오윤 작가의 드문 유화인 ‘비천’(1985)도 출품됐다. 최열 미술평론가는 “역사상 처음으로 살아 숨 쉬며 상처 나면 피가 흐리고 눈물지는 사람, 기쁨에 웃음이 범벅되는 인간상이 미술사 전면을 장식했다”고 평가했다.
박명자 회장은 “갤러리현대 개관 5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한 이번 전시가 한국 구상회화 가치를 재발견하여 한국 근현대미술 중요성과 독창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의미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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