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더퓨처-AI] AI 인재 미국의 76% 수준... 韓 기업들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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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0-01-0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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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만 AI 인재 수요...글로벌 인재 확보 전쟁 시작

  • AI 인재육성 골든타임 놓치면 국가경쟁력 상실 우려... 즉각적인 AI 원천기술 교육 필요

4차산업혁명 시대 기업 경영의 화두는 '데이터 기반(Data Driven) 경영'이다. 중요한 순간 경영권자의 직감에 의존하는 낡은 경영 관행을 버리고 철저한 데이터 수집, 분석, 활용으로 판단 실패를 최소화하고 성공 효과를 극대화하는 경영 기법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data), 클라우드(Cloud)는 기업이 더 쉽고 빠르게 데이터 기반 경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AI는 기업 데이터에서 태어난 디지털 직원으로, 자신이 학습한 데이터 영역에선 사람을 능가하는 업무 효율을 낸다. 빅데이터는 기업이 가진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 속에서 기업 경영에 도움이되는 가치있는 데이터를 찾는 기술이다. 클라우드는 기업이 데이터와 기술을 더욱 쉽게 수집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 모음이다. 이처럼 ABC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기업이 데이터 기반 경영 시대에 앞서나갈 수 있다. 2020년을 맞아 국내외 기업의 ABC 활용 사례와 시사점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AI는 국가와 기업의 미래 핵심 성장동력이다. 맥킨지의 글로벌 경제 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AI 연구 개발에 주력하는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매년 GDP(국내총생산)가 최대 1.2%씩 더 성장한다. 예를 들어 AI로 인해 스웨덴과 잠비아의 GDP 차이는 2025년 3%에서 2030년 19%로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AI 선도기업은 10년 뒤 122%의 추가 경제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AI 하위기업은 현금 창출 능력이 23%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가별로 AI 핵심인재 간 수준차이가 명백히 존재한다. AI 핵심인재의 수준을 나타내는 '인공지능 두뇌지수'의 경우 한국은 전 세계 1위인 미국의 76%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스위스, 중국, 영국 등은 AI 핵심인재들의 우수한 역량을 바탕으로 전 세계 AI 업계를 선도하고 있고,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이 이들의 뒤를 쫓고 있다. 한국은 미국, 중국은 커녕 오스트리아, 스페인과 같은 수준에 오르기 위한 노력부터 해야 한다.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네이버 등 국내 기업들은 전 세계 AI 시장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전사 차원에서 인재 확보와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취임 후 AI를 5G·바이오·전장부품과 함께 4대 미래 핵심사업으로 꼽으면서 올해까지 25조원을 투자하는 등 관련 역량 강화를 진행 중이다. 한국, 미국,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 5개국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매년 삼성 AI 포럼을 개최해 AI 기술과 서비스 확보에 나섰다.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 교수, 위구연 하버드대 교수, 다니엘 리 코넬대 교수 등 미국 유수 대학에서 AI 연구진을 영입하고, AI 원천기술인 인공신경망(딥러닝) 분야의 대가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와 공동으로 영상·음성 인식, 자율주행 기술과 같은 AI 알고리즘 개발을 진행 중이다.

AI 연구개발 인력도 올해 내로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IT 공룡들 못지 않은 수치다.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둬 삼성전자는 1만1243건의 AI 관련 특허를 확보해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에 이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AI 특허를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거듭났다(아이플리틱스·2019년 3월 기준).

네이버는 AI 역량 강화를 위해 소프트뱅크와 협력, 자회사인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을 결정했다. 양사는 올해 일본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하고, 매년 1조원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AI 기술 개발에 나선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과 동남아시아 간편결제와 AI 시장을 선점해 글로벌 IT 공룡에 맞설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AI와 데이터에 관련된 200여개의 기술을 전 세계 개발자 커뮤니티 '깃허브'에 오픈소스로 공개한 상태다. 외부에 공개한 AI와 데이터 기술이 천 단위가 넘는 글로벌 IT 공룡들에 비하면 아직 미흡하지만, 일반 IT 기업 중에선 손 꼽힐 정도로 많은 수치다.

LG전자 역시 최고기술책임자(CTO) 휘하에 미래기술센터를 신설하고 산하에 AI연구소를 설립했다. 이어 차세대 AI 연구자로 꼽히는 조셉 림 미국 남가주대(USC) 교수를 임원급으로 영입해 AI 연구소의 영상지능 연구 책임자로 임명했다.

AI 업계에선 한국 기업의 기술 수준이 미국 IT 공룡들의 바로 밑까지 육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AI 기업들과 비교하면 소프트웨어(SW)에선 큰 차이가 없고, 의외로 지능형 반도체와 같은 AI 하드웨어(HW)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분석했다.

AI 소프트웨어 기술은 기업 사내에서만 활용하는 단계와 개발자만 이용할 수 있게 오픈소스와 API 형태로 공개히는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형태로 공개하는 단계에 도달한다. AI 업계 리더인 구글은 재작년 서비스 단계에 도달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작년 서비스 단계에 도달했다. 네이버는 AI 기술을 오픈소스와 API로 공개할 수 있는 단계이며, 삼성전자 역시 기술의 외부 공개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충분히 공개를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구글 텐서플로(TPU)나 애플 A 시리즈로 대표되는 지능형 반도체 기술의 경우 미국 IT 공룡들은 관련 기술을 오랜 기간 자체적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해 확보하거나, 이스라엘의 팹리스와 협력해 확보한 상태다. 알리바바 등 중국 IT 기업들 역시 한광800과 같은 독자적인 지능형 반도체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자사 AP인 엑시노스를 A 시리즈 못지 않은 지능형 반도체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고, 네이버는 지능형 반도체를 개발 중인 팹리스 업체 퓨리오사AI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관련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12월 2030년까지 최대 455조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AI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한국의 강점인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를 개발하고 AI 관련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AI 인재 확보다. AI 핵심 경쟁력인 인재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하며, 특히 핵심인재는 더욱 희소하다. SPRI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AI 인재 수요는 100만명이나 공급은 30만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경을 초월한 AI 인재 쟁탈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2022년까지 AI 인재가 9986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정부의 AI 인재 확보 정책은 지나치게 미래 지향적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AI 관련 학과를 신·증설하고 AI 대학원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학과 신·증설이 수도권 정원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학원과 지방에 위치한 학술원을 중심으로 인재 육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수 인력을 교원으로 확보하기 위해 AI 학과 교수가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겸직도 점진적으로 허용한다. 2022년까지 초·중등 교육 시간에 소프트웨어와 AI 필수 교육을 확대해 어릴 때부터 AI에 친밀감을 갖도록 만들 계획이다. 대통령 직속 4차위도 AI 범국가 위원회로 개편해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는 국가 AI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긴다.

하지만 당장 AI 인재 부족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국 수만명의 컴퓨터과학·공학 전공 학생들이 파이썬, R, 텐서플로와 같은 AI 원천기술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관련 교육 프로그램 확립이 시급하다.

이승환 SPRI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AI 두뇌지수가 주요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낮아 AI 인재 양성에 국가 정책역량을 집중할 필요성이 있다"며 "AI 인재 양성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면 국가경쟁력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 국내 교육 전반에 AI 인재 양성을 위한 다각도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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