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화교의 도시' 미얀마 만달레이(曼德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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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규 전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입력 2019-12-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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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얀마 제2의 도시…이제 막 경제개발 초기단계

  • 중국,인도, 태국 등과 인접…무역환경 유리

  • '화교의 도시'…中경제와 연결되는 '끈 역할'

  • 정치, 인권 리스크로 서방기업들 투자 주저…우리에겐 '절호의 기회'

조평규 전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를 다녀왔다. 만달레이는 미얀마 중앙에 위치한 마지막 왕조의 수도였던 곳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이 숨쉬는 아름다운 도시다.

미얀마가 지난 1885년 영국과의 제3차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영국령 인도에 병합돼 1948년 독립될 때까지 영국의 식민지였다. 하지만 민족적 자존심과 민족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있는 역사와 문화 도시다.

만달레이는 강을 끼고 발달한 도시다. 시내는 바둑판 같이 십자형으로 구획이 반듯한 계획도시이기도 하다. 시내 중앙의 왕궁(Mandalay Royal Palace)을 넓은 해자가 에워싸고 있는 독특한 구조로 돼 있다. 지금은 군 사령부가 있어 접근이 용이하지 않지만 일부는 출입도 가능하다.

미얀마 인구의 90%가 불교신자인 만큼 곳곳에 불교사원이 있고, 사람들은 여유롭고 유순해 명상의 도시이기도 하다. 수많은 불교 문화유산이 여행객을 유혹하고 있다. 엄청난 관광자원이 도시 주변 도처에 널려 있다. 특히 최근 만달레이는 국제선 전세기 운항으로 중국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만달레이 또한 '경제전쟁'의 시대적 흐름을 비껴가지 못해 현대식 고층 건물이 지어지기 시작하는 개발의 초입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 화교가 만달레이 시내 인구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화교의 도시로도 불린다. 경제는 화교 출신들이 상당 부분 장악하고 있어, 중국기업과 무역이나 합자(작)를 해본 경험이 있는 우리기업들에게는 접근이 매우 손쉬운 장점이 있는 도시다.

미얀마는 중국, 태국, 라오스, 인도,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인근 국가와 손쉽게 무역이 가능한 환경이라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접국으로 세계 최대의 시장인 인도와 중국이 있고, 아랍과 미주로 연결되는 항구가 지척에 있으며, 빠르게 성장하는 아세안 시장이 곁에 있다. 우리나라기업들이 중장기 전략적 판단으로 진출을 고려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도(道)에 해당하는 만달레이 성(省)은 620만 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고, 만달레이시에는 170만명이 살고 있다.

미얀마는 중국이 뱅갈만(Bay of Bengal)과 통할 수 있는 유일한 육상통로가 개설돼 있는 지역이다. 만달레이는 중국의 가스관과 석유관이 통과하는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다.

만달레이는 윈난성 쿤밍과 자매도시라서 윈난성 주민들이 많이 이주하여 사는 지역이다. 화교가 많다는 것은 경제적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만달레이의 화교의 존재는 중국 경제와 연결되는 끈 역할을 하고 있다. 쇼핑몰에 전시된 상당히 많은 제품들은 중국산이고 시내 도처에서 중국어 글자를 볼 수 있다. 마치 중국의 지방 도시를 방불케 한다.

미얀마에도 최근 외국기업들의 진출이 눈부시다. 외국기업이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양곤의 오피스나 아파트 임차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가다. 양곤에는 이미 많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몰려들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만달레이의 지가(地價)나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어 투자해 볼 공간이 많은 도시다. 미얀마는 아열대 지역이지만 만달레이는 내륙에 위치해 우기에도 강수량도 적고 건조하다. 사람이 생활하기에 적당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다.

만달레이는 인근의 인도와 태국, 방글라데시 등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비슷한 문화적 정서를 가지고 있어 주변국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도시다. 다만, 미얀마의 경제적 규모가 아직은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약해서 당장 큰 이익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신 남방정책이 아세안지역을 전략적 지역으로 삼고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으로 인적, 물적 교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미래를 밝게 보게 한다.

세계의 오지 어느 곳을 가더라도 한국사람이 없는 곳이 없다. 만달레이에도 한국인들이 점점 몰려들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만달레이에 진출한 사업가 이철호씨(아시아플러스 대표)는 만달레이에서 가장 잘나가는 한국 기업인이다. 그는 화교 기업의 오너와 중국 유학시절 룸메이트였던 인연으로 호텔경영, 부동산개발, 무역, 식음료 등 분야에 진출하여 탄탄한 기반을 쌓아가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이 강한 나라다. 한국 중견(소) 제조업의 경우 미얀마에 진출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얀마는 '포스트 베트남'이 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베트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이곳을 전략 지역으로 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기술과 무역, 그리고 원부자재의 조달 능력과 미얀마의 낮은 임금(한화 월 15만원)이 결합되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방은 미얀마의 로힝야족 탄압 등으로 정치와 인권 리스크가 있는 나라로 평가해 적극적인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에게는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서도 흔들림 없이 경제 활동을 이어가는 우리는 세계 그 어느 나라도 가지지 못한 내공을 가졌다. 다만, 미얀마는 사회주의 성향이 강하여 신속한 행정처리가 어려워 성질 급한 한국인에게는 상당한 인내를 요한다.

미얀마는 국민성이 조용한 나라이지만, 역사적으로 강한 정신력과 자존심, 그리고 저력을 가진 나라다. 우리에 비해 그들은 경제적으로 약자이지만, 겸손함으로 그들을 존중하고 상호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기업이 진출 하기에 적당한 기회가 지금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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