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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당시 대우조선해양 지원 여부를 둘러싸고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우선 부실 기업을 살리는 데 국민들의 돈을 투입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더군다나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 문제에도 연루돼 있었다. 따라서 이 회사를 지원하는 데 국민 여론이 좋을리가 없었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이 대승적인 결단을 해 대우조선해양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보통 재계의 입장이었다. 정부 역시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고 보자는 분위기였다. 국민연금은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결단을 내려도 어느 한쪽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국민연금은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제시한 대우조선해양의 자율적 채무조정 방안을 전격 수용했다. 명분은 분명했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채무조정 수용이 기금의 수익 제고에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단연 국민이 우선이다. 그래서 공단 이름도 국민연금이다. 기업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면 기업연금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감수하고 대우조선해양을 도와주기로 했다. 이 결정이 정말로 기금 수익 제고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사실 더 궁금한 건 과연 국민연금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냉정하게 결정을 내렸느냐다. 아마도 정부와 재계의 압박이 만만치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어느새 2년 8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또다시 국민연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는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두고서다. 경제단체들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정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은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주장이다. 즉, 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런 논란이 불거지자 문득 2년여 전 대우조선해양 사태 때가 떠올랐다. 정부와 재계는 한 기업이 위기에 처하자 도와달라면서 국민연금에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이제 와선 감히 기업 경영에 개입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주요 주주에게 경영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부터 이해하기 힘들다.
주주권 행사 강화에 앞서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다. 분명 해결해야 할 문제다. 국민연금이 독립적이지 못해 국민 여론보다 정부와 재계 입장을 신경쓸 수밖에 없었고,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도 받아들였다.
재계는 국민연금이 노동계와 시민단체에 휘둘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연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다만, 국민연금이 정부와 기업들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기업 경영을 심각하게 위협할 거란 지적도 나온다.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자. 국민연금은 기업이 아닌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인 것 그리고 최근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확정한 것, 두 가지 모두 명분은 기금 수익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다.
기업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쯤 되면 기업들의 떼쓰기로 보일 뿐이다. 기업들은 국민연금이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속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사실 독립성 확보는 기업보다 국민연금이 더 절실히 바라는 바다.
기업부터 국민연금이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을 동네북으로 전락시켜선 안 된다. 그리고 국민연금 역시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 결정과 기금 운용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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