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 가격에 대해 과열이나 이상 징후가 있는지 경계심을 갖고 보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을 엄중히 모니터링하고 있고, 자가 주택자보다 전세를 이용하는 분이 더 서민층이므로 전세가격 동향을 각별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당장 검토하는 추가 대책은 없고, 시장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홍 부총리 발언에 앞서 정부는 보증금 9억원 초과 고가 전세 소유자의 임대소득세 탈루에 대한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양 기관은 고액 전세 소유자의 임대소득세 등 탈루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 체제를 가동하는 데 협의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 전세시장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23%로 전 주 대비 0.05%포인트 급등하며, 지난 2015년 1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는 26주 연속 상승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감정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비슷한 기간에 비해 입주물량이 줄어들었다"며 "방학 이사철 및 교육제도 개편으로 인한 학군 수요 증가, 청약 대기 수요 등 영향도 더해지면서 서울 전셋값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남 4구의 경우 강남구는 대치·도곡·역삼동을 중심으로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되며 0.52%나 올랐다. 또 송파구(0.35%), 서초구(0.32%), 강동구(0.2%)도 세입 수요가 급증하며 서울 전체 상승세를 견인했다.
또 부동산정보서비스업체 직방에 따르면 서울 일대 아파트 입주 물량은 이달 5250가구에서 내년 1월 2446가구로 절반 이하(53.4%)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해 들어서도 서울 전세시장이 매물난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처럼 강남권 등 일부 고가 전세 주택이 최근 전세시장 급등세를 주도한다고 보고, 이들 주택 소유주의 임대소득세 등 세금 탈루 여부를 면밀하게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전·월세 거래 정보 시스템 등을 통해 주택 전·월세 확정일자와 월세세입공제 자료 등을 취합해 관리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를 활용, 고액 전세, 월세 주택 소유자의 임대소득세 탈루가 의심되는 사례를 국세청에 적극 통보키로 했다.
정부의 고액 전세 주택 탈세 모니터링 대상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보증금 기준으로 9억원 초과 주택은 대부분 서울 강남 일대에 위치한다.
정부 조치는 내년부터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유예가 끝나면서 올해 연도 귀속분부터 과세가 이뤄지게 됨에 따라, 더욱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 보증금이 9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전세 주택을 중심으로 국세청과 함께 임대소득세 탈루 여부를 집중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금도 일부 고가주택이나 다주택자의 임대 소득에 대한 검증을 하고 있지만, 국토부와 함께 고액 전세주택에 대해 조사를 확대할 수 있다"며 "수백만원의 월세를 받으면서도 소득 신고를 하지 않거나 축소하는 경우 정밀 검증에 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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