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 등이 내년부터 골드만삭스, JP모건, 블랙록 등 글로벌 금융회사가 자국 기업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시장 장벽을 완전히 허문다. 블룸버그는 이를 중국 금융시장 '빅뱅' 개방이라고 표현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내년 1월 1일부터 외국인이 100% 지분을 가진 선물·생명보험회사 설립을 허용한다. 이어 4월, 12월부터는 각각 외국인의 자산운용사, 증권사 지분 제한도 완전히 철폐한다.
내년 중국 금융시장의 대대적 개방으로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황치판(黃奇帆)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재경위원회 부주임은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향후 수년간 중국에서 약 1조 달러 남짓의 자산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90억 달러 이익을 챙길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계 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자산운용 시장이다. 내년부터 100% 외국인 소유의 뮤추얼펀드 설립과 외국인의 중국 자산운용사 매입이 가능해져 외국계 금융회사가 가장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샤니 웡 블룸버그 선임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 뮤추얼펀드의 성장은 향후 10년간 세계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면서 "투자은행과 증권사들의 매출은 중국 자본시장이 발전하면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향후 중국 자산운용 시장에서 외국계 기업이 운용하는 자산관리 규모가 1조8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중국 보험시장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생명보험 시장 대문도 활짝 열린다. 블룸버그는 오는 2030년까지 중국 생명보험 시장에서 외국계 금융회사 자산은 2315억 달러에 달해 시장 점유율이 현재 9%에서 12%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현재 중국 생명보험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독일 알리안츠그룹, 미국 시그나, 영국스탠더드 라이프 애버딘 등이다. 은보감회는 지난해 이미 외국계 보험사 최초로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지분 100%를 갖는 지주회사 설립도 허가했다. 다만, 중국 기업인 차이나라이프(중국인수)와 평안보험이 촘촘한 영업망을 기반으로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외국계 기업의 진출로 중국 선물시장 성장세도 기대된다. 현재 중국은 비헤지 거래나 지수·상품선물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 선물시장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뎠다. 150개 토종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중국 선물시장에서 한해 창출하는 수익은 고작 34억 위안에 불과할 정도다.
이밖에 블룸버그는 2030년 외국계 기업이 중국 은행·증권업에서 벌어들일 수익은 합쳐서 약 90억 달러 남짓으로, 시장 점유율은 2% 정도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오래 전부터 중국 자본시장 진출을 모색해왔지만 지분 제한 규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오로지 중국 현지 파트너와 합작을 통해서만 중국에서 금융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 합작회사 지분은 과반 이상 보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세에 맞서 중국이 잇달아 외국계 금융회사에 대한 빗장을 열어젖히며 금융시장 대외 개방에 속도를 냈다. 그동안 '온실 속의 화초'였던 중국 기업들이 외국계 기업과 경쟁하면서 중국 금융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 진단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