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분상제에 재초환까지 '새해 악몽'…삼중고 강남 재건축 단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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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9-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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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5년만에 합헌 결정…재건축 사업성 악화에 주요 단지 패닉

  • 시장 실수요장 재편 vs 서울 알짜 주택공급 줄어...부동산 시장 의견 분분

지난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셋값이 낮은 일부 강남구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최고 2억 ~ 3억원 내린 매물이 등장했다. [사진=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후 2주 만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이하 재초환)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까지 나오면서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새해 벽두부터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맞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이미 시행에 들어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내년 4월 말부터 본격 적용되는 데다 강남 고가주택을 겨냥한 대출규제가 12·16 부동산 대책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해부터는 강남 재건축단지들이 적어도 '삼중고'에 시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의 각종 규제 정책과 관련해 줄줄이 헌법 소원을 내고 '위헌'을 기대했던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재초환 합헌 판결로 충격과 실망감을 넘어 향후 대책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는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압박이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주요 재건축 단지의 사업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서울 중심권 주택 공급은 장기적으로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16대책-재초환-분상제까지··· 겹겹이 규제에 부동산 시장 '패닉'

30일 재건축 사업장 및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27일 한남연립 재건축조합이 서울 용산구를 상대로 제기한 재초환 위헌 소송에서 재판관 8명 중 6명의 다수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한남연립조합이 2014년 9월 재건축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현법소원을 청구한 지 5년 3개월 만에 나온 판단이다.

재초환은 정부가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조합으로부터 환수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재건축 추진위 구성 시점과 입주 시점의 평균 집값 상승분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면 이익 금액의 10~50%를 부과한다. 용산구는 이 법에 따라 한남연립조합에 17억2000만원의 재건축 부담금(조합원 1인당 5500만원)을 부과했고, 조합 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헌재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제3조 등은 평등의 원칙, 비례 원칙, 법률 명확성의 원칙, 재산권 침해 여부 등을 고려했을 때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재건축부담금은 공시지가라는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산정되고, 정상지가 상승분과 개발이익 등을 공제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어 비례의 원칙에 맞고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패닉에 빠졌다. 내년 4월 도입 예정된 분양가 상한제로 수익이 꺾인 상황에서 이번 결정으로 재건축 초과이익에 대해서도 뱉어내야 할 세금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2018년 서울 강남 4구 15개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재초환 부담금 시뮬레이션을 해봤더니 한 조합당 평균 4억4000만원, 최대 8억400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초환 영향권 단지 행방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영향이 가장 큰 단지는 강남권에 집중될 예정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규모가 1억1000만원을 넘어서는 금액부터 부담금 비율이 50%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이 대표적인 재초환 대상 단지로 거론된다. 재초환으로 사업성이 위태로워지면서 강남구 대치동 쌍용2차 등 일부 단지는 최근 사업 추진을 중단하기도 했다.

정부는 재건축 투자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는 시각을 근절시켜 시장을 철저하게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은마아파트 3채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힌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은마와 잠실주공은 이제 원주민이 거의 없고 재건축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세력이 대부분"이라며 "재초환 합헌으로 일부 다주택자들이 동요되는 움직임이 최근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분상제·재초환 합헌이라는 강력한 규제 시그널과 서울 투기지역 내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로 사실상 부동산 거래는 올스톱됐다. 실제 주 단위로 신고가를 찍던 강남과 잠실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는 호가 하락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전용면적 76m²가 지난달 21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20억원대 이하(협의가능)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49㎡도 호가가 22억~23억원에서 19억7000만∼19억8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투기세력을 잡겠다고 다수의 실수요자를 죽이는 정책을 지속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실제 분상제, 재초환, 대출규제, 종부세 폭탄 등 규제할수록 부동산 시장은 '보합-급등' 현상을 반복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원 내분 때문에 재건축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재건축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되면 사업을 중단하는 사업장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서울 주택공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은 대부분 서울 중심권 재건축 단지들인데 재초환에 분상제, 이주비 대출 금지까지 겹치면서 사업이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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