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왜 저무는가
시나브로 해가 저문다
해는 왜 저무는가
뜨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
옷깃을 여밀 시간이다
마음을 돌이켜 스스로를 살필 시간이다
지금도 해 가는 줄 모르고
서로 드잡이에 골몰하는 이들도 있고
아직도 추운 자리 피하지 못해
벌벌 떠는 삶도 있나니
해 저무는 동안 대한민국이여
잠깐 숨을 돌리고 거친 마음을 멈추고
여기 앉아 해를 보라 지는 해를
가만히 돌이켜 보라
지난 한 해 동안 우리가 무엇 때문에
광화문 서초동 몰려 다니며
그토록 서로를 미워했는지를
그 미움 끝에 우리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를
우리의 손가락질 끝에 있는 우리는
대체 누구인지를
날이 차가울수록 빛은 더욱 무겁게
물과 대지를 적시나니
제 몸의 뜨거움을 깊이 감추고
새로운 생명을 내놓을 준비를 하나니
아아 그토록 우리 안의 불덩이였던
그 마음 내려놓나니
바야흐로 해가 저문다
해는 왜 저무는가
다시 한 해를 내기 위해서
가차없이 어김없이 해는 저문다
올해 못 다 이룬 ‘좋은 나라’를
함께 만드는 새로운 한 해를
이젠 잘 만들어보라고
기꺼이 해가 지는 것이다
빈섬 이상국 논설실장 시인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