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케이스에 숨어 레바논 도주…카를로스 곤 前 닛산 회장에 日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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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0-01-0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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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가용 비행기로 오사카 간사이공항→터키 이스탄불→레바논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 [사진=AP·연합뉴스]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의 영화 같은 크리스마스 탈주극을 두고 1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사법당국의 출국금지 명령을 받은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비밀리에 레바논으로 도주했다. 그러나, 일본 사법당국은 그의 출국 사실을 아예 몰랐으며, 어떻게 탈출했는지 경위조차 파악하지 못해 발칵 뒤집혔다.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나는 레바논에 있다"며 미국의 대리인을 통해 일본의 사법체계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했다. 같은날 오전 6시 30분쯤(현지시간 30일 오후 11시30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보수 축소 신고와 회사자금 유용 등 혐의로 2017년 11월 체포된 후 1차 보석 결정으로 석방됐다가 재체포를 거쳐 지난해 4월 다시 보석으로 풀려나 가택연금 상태였다. 그는 총 15억엔(약 160억원)의 보석 조건으로 3일 이상의 여행을 하는 경우 재판부 허가를 받아야 했고, 출국은 아예 금지됐다.

소지하고 있던 프랑스, 레바논 등의 모든 여권은 변호인이 관리하고 있었다. 브라질의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레바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프랑스에서 기업가로서 르노그룹 회장 자리까지 올랐던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세 나라 시민권을 갖고 있다. 그의 도쿄 거처인 미나토(港)구 자택 현관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됐다.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일본 형법상 징역·금고 3년 이상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된 피고인에 해당해 출입국관리 당국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었다. 이 때문에 출국하고자 할 경우 입국 심사관이 곧바로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출국수속 절차를 24시간 막을 수 있었다. 정상적인 경로로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활용해 도쿄에서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 곤 전 회장의 자택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악단을 가장한 민간경비업체 사람들이 악기 케이스에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의 몸을 숨겨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CCTV 등 감시망을 피해 자택을 무사히 벗어난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수도권의 나리타(成田), 하네다(羽田)공항을 택하지 않고 비교적 감시가 소홀한 오사카(大阪) 간사이(關西)국제공항을 이용해 대기 중이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경유지인 터키 이스탄불로 날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산케이신문은 간사이공항 사무소 측이 지난달 29일 밤 자가용 비행기 한 대가 이스탄불로 떠난 사실을 확인해 줬지만 탑승자 이름과 출발시간은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자가용 비행기로 출국 수속 시에는 신분을 위장, 터키에서 레바논으로 입국할 때는 다른 이름의 프랑스 여권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레바논 정부는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본인 명의의 프랑스 여권을 사용해 합법적으로 입국했다고 선언했다. 일본 언론은 그가 어떻게 새 프랑스 여권을 구했는지도 미지수이며, 무리 없이 입국한 것을 볼 때 탈출 준비 과정에서부터 레바논 정부와 협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도주하면서 4월로 예정됐던 공판을 비롯해 관련 재판 일정 등은 무기한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일본 정부에서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을 데려오려 해도 레바논과는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다.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1999년 경영위기에 직면한 닛산차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발령받아 2000년 6월 사장으로 승격된 이래 과감한 비용절감 조치를 통해 닛산차의 성공적인 재건을 이뤄낸 경영인으로 평가된다. 

레바논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를 둔 레바논계 이민 3세로 1954년 브라질에서 태어나, 레바논에서 자랐으며, 프랑스의 명문 국립이공과대학(에콜폴리테크니크)을 졸업했다. 영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하며, 프랑스와 브라질 국적을 갖고 있다.

타이어 메이커 '미쉐린'에 입사, 31세(1985년)에 남미 사업 총괄자가 됐고, 35세에 북미 미쉐린 CEO가 되는 등 최연소 승진의 주인공이 됐다. 1,000%가 넘는 인플레로 회사가 고비를 맞았을 때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력과 추진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1996년 42세 때 르노에 부사장(연구개발.제조담당)으로 스카우트 됐다가 닛산이 르노에 인수되면서 1999년 6월 닛산의 COO(업무최고책임자)에 취임했다.

그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공격적인 신차 투입 등으로 닛산은 2000년 56억달러 적자에서 2001년에는 3720억엔(29억 달러) 흑자로 돌아섰으며, 1조 4000억엔에 달하던 닛산의 악성 부채를 모두 변제했다. 이 때문에 그는 2000년 말 타임지와 CNN이 공동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EO'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보수 축소 신고로 체포됐다. 도쿄지검 특수부에 따르면 2011년 6월~2015년 6월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의 누적 총보수가 99억9800만엔(약 998억4300만원)이었는데 지급받은 보수가 49억8700만엔(약 498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축소 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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