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오명진 두리 대표 "다양한 보험사 더 많이 생기고, 보험도 더 쉬워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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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0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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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2P플랫폼 '다다익선'… 정보비대칭성·이익상충 해소 노력

  • 소비자와 보험사 잇는 연결고리 역할… 보험시장 변화 선도

  • 대형사 보수성 상품개발 한계… 소액·전문보험사 설립 목표

  • 자본금 요건 등 완화됐지만 보험사 설립 문턱 더 낮아져야

'고객과 금융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두리의 오명진 대표이사(사진)의 명함 뒷면에 쓰여 있는 슬로건이다. 정보비대칭 시장인 보험 산업의 종사자 중 누군가는 보험 소비자의 편에서 금융사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인슈테크 기업 '두리'는 국내 최초의 P2P(개인간 거래) 보험 플랫폼 '다다익선'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보험 산업은 대표적인 정보비대칭 시장으로 꼽힌다. 보험사는 보험 상품의 구조와 장단점을 훤히 알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보험 소비자가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가 난 이후에야 자신에게 맞지 않는 보험에 가입했다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이 좀 쉬웠으면 좋겠다. 소비자한테 정보를 주고 도와줄 채널이 많이 필요한데, 사업 시작 전에 이런 채널을 찾아보니까 많이 없더라. 저희는 공급자와 소비자의 정보비대칭성을 최대한 줄여보고 싶다." 

문제는 정보비대칭성만이 아니다. 보험 산업은 공급자인 보험사와 소비자인 고객의 이익이 상충되는 측면이 있는 탓이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많이 받고 보험금을 조금 줄수록 이익이 남는다. 반대로 소비자는 보험료를 조금 내고 보험금은 많이 받아내기를 원한다. 

그러다보니 공급자인 보험사나 보험사의 대리인(설계사)은 잘 모르는 고객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 상품을 판매해 보험료만 받고 보험금을 덜 주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 보험사와 보험 관계자를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같은 정보비대칭성과 공급·소비자의 이익 상충 문제는 보험 산업의 근원적인 시장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두리는 시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P2P 플랫폼'이라는 해답을 제시했다.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을 보험 소비자가 아니라 보험 참여자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두리의 이상적 서비스를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플랫폼과 어느 정도 규칙을 주고 고객들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고객이 보험 참여자가 되는 순간 보험 소비자보다는 상품에 대해서 많이 알려는 동력이 발생한다. 그걸 통해서 고객과 금융의 격차(정보비대칭성 등)를 줄일 수 있다." 

지난 2017년 애견·애묘인들의 주목을 받았던 '다다익선' 플랫폼의 펫보험도 이 같은 생각과 맞닿아 있다. 당시 반려동물 1000만마리 시대를 맞이했지만 애견·애묘인의 95%가 펫보험의 존재를 모를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다. 

오 대표와 두리는 이들을 스스로 펫보험을 찾는 보험 참여자로 만들어 기존 상품보다 더 넓은 보장과 더 저렴한 보험료를 실현해냈다. 아울러 현재 자동차보험 등 더 많은 상품을 통해 보험 참여자들과 만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보험 상품을 캐치해서 그 의견을 모아서 기존 상품보다 훨씬 좋은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통했다. 지금 방식이 엄밀히 말해 P2P 플랫폼 체제가 아니지만 고객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서 한동안 계속할 생각이다." 

 

오명진 두리 대표이사[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보험 참여자를 만드는 두리의 방식이 지금은 안정화 됐으나 처음부터 사업이 손쉬웠던 것은 아니다. 오 대표 스스로가 급작스레 사업을 시작하게 된 영향도 있다. 

그는 과거 동부화재(현 DB손해보험)에서 계리사로 오랫동안 근무해왔다. 보험 상품의 개발과 요율 계산을 맡는 계리사는 '보험사의 꽃'이라는 별명처럼 회사 내에서 우대 받는 전문직군이다. 

오 대표는 10년 가까이 회사를 다닌 끝에 기민하게 변화하기 쉽지 않은 대형 보험사의 한계를 체감했다. 당시 그는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내부의 반대에 부딪쳤다. 지금까지처럼 판매가 검증된 상품만 만들면 된다는 보수적인 목소리가 대세였던 탓이다. 

2015년 내부 반대에 지친 오 대표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시간이 지나 올해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이 업계의 대세가 됐음을 감안하면 시대를 앞서 읽었던 셈이다. 

"지금의 공동 대표와 동부화재를 같이 그만뒀다. 사직서를 내는 일자를 맞추다보니, 사업 준비를 많이 하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사업을 시작하고서는 매일 같이 후회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 두리의 사업이 보험 산업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오 대표는 두리의 최종목표로 보험사 설립을 꼽았다. 보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상품과 서비스가 너무도 많은 탓이다. 우선 오 대표는 '소액·전문보험사'를 설립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최근 들어 금융당국은 소액·전문보험사 설립을 위한 자본금 요건 등을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아직 신생 소액·전문보험사를 설립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오 대표도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의 보험사 설립 규제가 너무 까다로워 아쉽다고 토로했다. 

"일본에서 보험사 설립 자본금 조건이 국내보다 더 현격하게 낮아서 만들기 쉽다. 대신 정해진 틀 안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해야 하는 규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 틀을 넓히려면 추가로 자본금을 더 쌓으면 된다. 보험사가 커질수록 이렇다보니 일본은 보험사가 100개도 넘고, 정말 다양한 보험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우리도 규제를 완화한다 하지만 아직도 미진하지 않나 싶다. 중국도 어마어마하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문턱이 높다면 발전하기가 어렵다." 

오 대표는 보험사를 설립하는 그때까지 꾸준히 소비자와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그가 개인방송을 시작하고 여러 행사에 강사로 나서는 것도 소비자 소통의 일환이라고 한다. 다다익선 홈페이지 하단에 마련된 '[이런보험] 작성하기' 기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 보험사 안에 있을 때는 보험사 입장에서 소비자를 탓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업으로 새로운 길을 걷게 되니까 고객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고객 입장에서 보험 산업을 바꿔보고 싶다." 

 

[사진=다다익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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