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투자자 보호 외면한 제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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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 기자
입력 2020-01-0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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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중 한결 변호사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김광중 한결 변호사

‘투자자 보호’라고 하면 여전히 남의 일처럼 느낄 이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가 납부한 국민연금 기금이 금융상품에 상당부분 투자되기 때문이다. 투자자 보호는 부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매우 불합리한 제도들이 많다. 먼저 주식병합 방법에 의해 소액주주가 강제로 회사에서 축출되면서도 그 대가를 제대로 지급 받지 못하는 문제다. 주식병합은 원래 자본감소 등 상법상 몇 가지 사유로만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소액주주 축출에 많이 활용된다. 예를 들어 발행주식총수가 1만주인 회사에 9000주를 가진 대주주 1명과 50주씩을 가진 소액주주 20명이 있다. 이때 주식 100주를 1주로 병합하면 소액주주 20명은 100주 미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병합된 신주를 받지 못한다.

그런 주주들은 그 주식들을 모은 1000주를 병합해서 생긴 신주 10주를 매각한 돈으로 대신 받게 된다. 이를 단주처리라 한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주식을 매각 당하는 상황이므로 그 대가라도 제 값을 받아야 하지만 우리 제도는 그렇지 않다.

단주처리를 경매 등의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서다. 주식병합에 의해 강제 축출되는 주주들의 주식이 경매되는데 누가 그것을 제 값 주고 사겠나. 당연히 실제 가치보다 낮은 금액에 매각될 수밖에 없다.

일본 상법은 이런 문제를 대비해 법원이 단주처리 되는 주식의 매각금액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심지어 대법원은 1000대1로 주식병합을 해 소액주주를 축출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결한다. 주식병합이 소액주주 축출을 위해 자주 이용되는 이유이다.

다른 문제는 주식이나 기업가치 평가를 잘못해도 이를 감시하거나 제재할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로 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 가치평가를 하는 경우 자주 발생한다. 현금흐름할인법은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한 뒤 이를 현재가치로 할인해 기업이나 주식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이론적으로는 기업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우수한 방법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래 매출액과 비용을 추정해서 잉여현금흐름을 추정하는 게 그 시작이다. 그런데 말 그대로 추정이다 보니 평가자의 주관에 따라 얼마든지 가치를 다르게 산정할 수 있다.

‘고객이 요구하면 회계법인은 1원 단위까지 맞춰 산정해 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그런 평가가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 사후적으로 감독하고, 잘못된 평가에 대해 제재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외부감사인의 부실감사를 조사하고 징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주식이나 기업가치평가에 관해선 그런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현금흐름할인법 외에 다른 방법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표소송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대표소송은 회사 임원들이 임무를 해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했음에도 회사가 그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길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대신해 회사에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임원들의 배임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제도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대표소송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할 임원들이 대주주와 결탁하면 얼마든지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A회사가 B회사 지분의 60%를 갖고 있으며 B회사 임원들이 B회사에 손해를 끼쳤으나, A회사 임원도 겸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B회사 소액주주들이 그 임원들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한다고 가정하자.

이때 B회사 임원들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해 B회사를 A회사의 완전 자회사로 만들어 버리면 B회사의 소액주주들은 B회사 주식을 상실하고, A회사 주식을 받게 되므로 B회사 대표소송을 위한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자회사인 B회사 임원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이중대표소송도 우리 법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결국 B회사 임원들은 책임을 면하게 된다. 잠깐만 생각해도 문제 있는 제도들이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또 앞으로 최소한 수년간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투자자를 대변할 마땅한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전경련, 경총 같은 단체들 또는 관련 학계는 경영계와 재계의 이익을 열심히 대변한다. 노동자의 경우 민주노총, 한국노총과 같은 단체들이 대변한다. 반대로 금융상품 투자자들을 대변할 곳은 없다.

그 집단의 동질성이 부족한 데다 그 힘을 모을 구심점도 없기 때문이다. 어떤 회사나 대주주가 불합리한 행위를 하면 그때서야 소액주주들이 뭉쳐 부당함을 피력하지만, 제도 개선까지 이르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도 지난해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닻을 올린 건 고무적이다. 투자자, 전문가 등이 참여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최근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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